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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성칼럼]충(忠)은 임금이 아닌 백성을 향해야 한다

 

장수에게 있어서 ‘칼’은 무엇인가. 단순히 무(武)라는 의미보다는 기개와 결단, 그리고 충정의 리더십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더 크다. 그래서 예부터 장수의 칼과 관련된 시(詩)도 무수히 많이 나왔다. 그중 유명한 것이 세조때 남이장군의 한시 ‘북정(北征)’이다. ‘백두산의 돌은 칼을 갈아서 다 닳고/두만강의 물은 말이 마셔 없어지 도다/ 남아 이십에 아직 나라를 평정하지 못하였으니/후세에 누가 대장부라 일컬으리요.’ 그런가하면 세종때 압록강과 두만강일대 육진을 개척한 대호(大虎) 김종서장군도 칼과 관련된 시조를 남겼다.‘삭풍은 나무 끝에 불고 명월은 눈 속에 찬데 / 만리변성에 일장검 짚고 서서/ 긴 파람 큰 한 소리에 거칠 것이 없어라.’ 모두가 나라에 대한 충정과 기개를 읊은 것들이다.

하지만 거기에 우국충정의 절박한 결단을 함께 표현한 시조는 역시 이순신장군의 한시다.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배운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혼자 앉아/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하는 적에/어디서 일성호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와 한산도야음(閑山島夜吟)이 그것이다. ‘바닷가에 가을빛이 저무니/추위에 놀란 기러기떼가 높구나/시름으로 뒤척이는 밤에/새벽달이 활과 칼을 비추는구나’ 장수와 함께 생명을 다하는, 분신과도 같은 칼이 갖는 비장함도 읽을수 있어 숙연해진다.

작가 김 훈은 충남 아산 이순신 장군의 사당에 걸어둔 칼을 보고 오백년 전 그 칼이 전해주는 묵언을 소설로 썼다. ‘칼의 노래’다. 요즘 영화 명량의 흥행성공에 다시금 주목 받는 소설이기도 하다.

이순신장군의 검명(劍名)은 ‘일휘소탕 혈염산하(一揮掃蕩 血染山河)’다. 한 번 들어 쓸어버리니 피가 강산을 물들인다는 뜻이다. 소설은 이 칼을 들고 죽을 곳을 찾아가는 영웅의 모습을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의 문제를 보여줘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샀다. 그리고 정.재계 인사들에겐 필독서가 됐다. 이때도 역시 리더십이 관심이었다.

이순신장군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적선들 앞에 초라한 숫자의 배를 몰고 나가 세계 해전사에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대승을 거둔 명장이다. 한 국가의 운명을 단신의 몸으로 보전한 당대의 영웅이다, 여기에 1천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영화 명량이 영상미를 더해 이순신장군의 영웅적 리더십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그래서 국민들 사이에 다시금 이순신 신드롬도 불게 하고 있다. 이는 오랜 경제 불황에다 지도력 부재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세월호 침몰사고와 육군 22사단 임 병장 총기난사사건,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사건등 작금의 시대적 적폐와도 맞물려 있지만 이럴수록 국민들은 이 모든 것을 극복해나갈 수 있는 ‘이시대의 이순신’을 더욱 갈망하고 있다는 반증도 된다.

소설 ‘칼의노래’에서도 이순신장군은, 공동체와 역사에 책임을 져야 할 위치에 선 자들이 지녀야 할 윤리, 사회 안에서 개인이 가질 수 있는 삶의 태도, 세월이 흘러도 달라진 바 없는 우리나라 지도자들의 혼미한 정체성 이라는 다양한 화두를 던졌다.

영화 ‘명량’도 마찬가지다. 국가와 국민을 먼저 생각하고 소통·행동하는 것. 어떠한 상황속에서도 불굴과 불패의 정신으로 나서는 ‘사즉생 생즉사’의 철학이 국가와 사회에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며 감동을 줬다. 이러한 화두와 감동들은 개인이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삶의 태도에 대한 성찰로도 이어져 더 큰 교훈을 갖게 했다. 이순신장군의 리더십이 다시금 조명 받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매우높다. 이런 사정을 알아서인가. 명량이라는 영화를 통해 이순신리더십 배우기에 나서는 정치인들이 늘고 있다.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다. 모쪼록 자가당착적인 리더십을 배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원칙을 지키고 국민들을 결집시켜 난국을 이겨낸 이순신장군의 진정한 리더십을 본받기 바란다. 그러려면 영화속 이순신장군의 일갈을 두고두고 기억해야 한다.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忠)을 좇아야 하고, 충은 임금이 아니라 백성을 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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