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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고추는 뭘까? 인도 동북부 아삼(Assam) 지방에서 재배되는 ‘부트 졸리키아(Bhut Jolokia)’라는 고추다. 영어로 번역하면 ‘유령 고추(ghost chile)’다. 너무 매워서 먹으면 혼이 빠진다는 뜻에서 붙어진 이름이다. 고추의 매운맛을 측정하는 단위는 스코빌인데 유령고추는 100만 스코빌이 넘는다. 평균 1만 스코빌 정도인 청양고추보다 100배나 되니 매운맛이 상상가질 않는다.

고추의 매운맛은 캡사이신 때문이다. 이 성분을 인공적으로 응집시켜 최고로 맵게 만든 핫소스로는 미국산 ‘블래어’라는 제품이다. 매운맛이 무려 1천600만 스코빌에 달한다. 이쯤 되면 가히 살인적이다. 1년에 999병만 한정 생산한다.

더 자극적인 것을 찾으며 사람들이 매운 맛에 열광하는 이유는 이렇다. 고추의 주 성분인 캡사이신이 혀와 입의 신경을 자극하면 이 매운 통증이 뇌에 전달돼 신체의 모든 수분 배출시설을 자극한다. 이 자극으로 눈물 콧물 땀이 나고 덩달아 심장과 위장활동도 활발해진다. 이같은 신체적 변화는 다시 뇌에 전달되고 뇌에서는 신체가 외부의 공격을 받았다고 판단해 엔돌핀을 분비한다. 그 엔돌핀의 영향으로 사람들은 행복감과 쾌감에 젖고 계속 고추를 먹게 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소위 ‘엔돌핀 이론’이다.

이런 매운맛을 가장 즐기는 게 바로 우리다. 세계적으로도 ‘고추맛’하면 ‘한국의 맛’으로 이미 정평이 나있다. 소비량도 1인당 연간 4㎏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항산화, 항염은 물론 스트레스 해소와 다이어트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7년 전 영국의학연구소 티모시 베이츠 박사는 매운 맛을 내는 캡사이신이 암세포를 만드는 미토콘드리아를 파괴한다는 사실을 밝혀내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이젠 매운맛을 조금은 줄여야 할 것 같다. 캡사이신 성분을 너무 많이 섭취하면 암 발생이 촉진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서다.

서울아산병원 김헌식 교수팀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여러 종류의 암세포에 캡사이신을 투여한 결과, 체내에서 항암 면역기능을 하는 ‘자연살해세포’의 기능을 떨어뜨려 결과적으로 암 발생을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은 고추에도 해당되는가 보다.

/정준성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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