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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소비자는 왕이다

 

피터 드러커는 “고객은 왕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 ‘소비자는 왕이다’라는 말은 어떤가? 가끔 소비자(consumer)와 고객(customer)이라는 단어를 혼용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소비자는 불특정한 다수를 지칭하며, 고객은 실제 자사제품을 구매하거나 구매할 가능성이 높은 마케팅의 대상이 되는 특정한 소비자이다. 마케팅에서 고객은 상품과 서비스를 구입해 사용하는 사람이나 앞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는 잠재고객도 포함한다.

경기도와 강원도에 있는 칫솔 생산 중소기업을 각각 방문한 적이 있다. 한 곳은 사장께서 해외에서 주문 받은 수천 가지 모양의 칫솔 샘플들과 다양한 치아의 크기 모형을 보여 주면서 이것이 가장 큰 자산이라 했다. 다른 곳은 경쟁사 제품을 많이 수집해서 그 회사 제품과 어떻게 다른 지를 주로 설명했다. 물론 아직도 영업이 잘되는 곳은 전자의 회사였다.

과거에는 고객을 중심으로 마케팅 전략을 수립했으나, 생산과 소비의 패러다임이 바뀐 오늘날에는 소비자를 포함한 마케팅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소비자가 왕이 되는 순간 기업의 상품개발과 판매비용이 상승하게 된다. 소비자 기호에 맞춰 상품구성의 변경, 서비스의 확장과 맞춤형으로 전환, 품질 개선이나 성능의 향상 등은 비용의 인상으로 이어져 오히려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역설적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고객경험관리(Customers Experience Management)가 마케팅전략에 도입됐다. 기업의 서비스와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경험을 전략적으로 관리하려는 것이다.

CEM은 소비자의 최대 만족을 통해 매출을 극대화하려는 것으로 콜럼비아 대학의 번트 슈미트교수가 창안한 개념이다. 요약하면 소비자를 왕처럼 모셔서 매출을 늘려보자는 것이다. 오늘날 충실한 고객보다 더 많은 일반 소비자를 분석하는 것이야말로 시장 맞춤형 제품 개발을 위해서는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영역이다.

어린이 장난감을 만드는 글로벌 기업 레고의 사례를 보자. 이 회사는 소비자 성향 파악을 통해 어린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잘 놀면 부모들은 아기가 노는 모습을 보고 즐거워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레고’라는 브랜드는 덴마크어로 ‘잘 놀다’라는 의미가 담겼다.

어린이들이 두뇌를 쓰면서 노는 것을 슬로건으로 삼았기에 부모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게 됐다. 전 세계 어린이를 왕으로 삼고자 1932년 설립된 이 회사는 작년까지 약 5천600억 개의 블록을 생산했다.

이 회사의 강점은 소비자들의 욕구를 제품에 반영하는 CEM 역량을 갖추고 있었다. 어린이가 커가면서 사용할 수 있도록 블록의 난이도가 높은 제품을 개발했고, 나중에는 어른이 되어서도 놀 수 있는 상품을 계속 개발했다.

또한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해 블록들의 규격을 통일했다. 이를 통해 이미 구입한 상품을 새 상품과 함께 사용함으로 창의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제품의 호환성은 마케팅 전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레고의 블록제품은 모두 호환됨으로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다. 또 오래전 모델이라 할지라도 부품을 팔고 있어 고객서비스에 충실하고 있다. 이러한 소비자 의견 반영은 제품 리콜비율을 0%로 만들었다. 게다가 1억명의 아동학습을 지원하는 사회공헌, 100% 재생 에너지 사용을 목표로 공유가치 창출 활동(CSV)을 전개하고 있다.

그간의 고객관리경영이 고객의 패턴 분석에 치중했다면, CEM은 소비자의 동태적 니즈를 찾아내려는 것이다. 소비자 마음을 모르면 ‘100-1=99’가 되는 것이 아니라, ‘100-1=0’이라는 것이다. 소비자가 선택하지 않는 상품은 쓸모가 없다. 중소기업들은 이러한 소비자를 관리하고 분석하는 역량이 많이 부족하다. 소비자 빅데이터 분석은커녕 기본 데이터마저도 부실하다. 이제는 파는 시대라 한다. 잘 팔려면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 중소기업들은 양적생산의 시대에서 잘 팔리는 것을 만드는 맞춤형 제품 생산의 시대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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