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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성칼럼]다시 한번 부모의 책임을 생각한다

 

엊그제 지인으로부터 부탁을 받았다. 신문사에 근무하니 잘 알 것 같아 당부한다는 말과 함께 대학수시모집에 지원할 ‘자기소개서’ 작성에 대해 자문을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고교3학년인 입시생은 자신의 조카이며 부모 형편이 어려워 개인교습 받기는 힘들고, 어렵게 작성한 자기소개서가 제대로 됐는지도 모르겠고..해서 부탁하게 됐으니 꼭 들어주어야 한다는 설명도 했다.

속으로 난감했다. 요즘 대학들이 입학성적도 중요시 여기지만 인성과 비전, 능력을 얼마나 갖추었는지도 비중있게 반영 시킨다는 사실은 알고는 있었지만 정작 이같은 측정의 기초자료가 되는 자기소개서에 대해선 잘 몰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모처럼의 당부니 어쩌겠나 싶어 얼결에 ‘글세 잘모르는데...“하며 일단 자기소개서를 보자고 했다.

곧이어 이메일로 받은 소개서를 검토하고 여기저기 아는 선생들을 총동원, 자문을 받고 우여곡절 끝에 글의 구성과 문장의 표현등등에 대해 어렵사리 자문을 해주었다. 비교적 잘 작성한 원본 덕분에 일부만 충고를 해준 것이 다행이라 여기면서 ‘우리딸 입시때도 내가 이랬나’하는 생각을 했다. 글 쓰는게 직업이면서도 이번 일에 대해선 워낙 부담이 커서 더욱 그랬다. 그리고 바로 피식 쓴웃음도 나오며 불연 듯 시집간 딸에게 미안함이 전해졌다.

사실 자기 자식에게 공부 가르치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동안 선배들로 부터 익히 들은 일이라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어디 공부 뿐이겠는가. 사람 됨됨이를 가르치는 일은 더욱 힘들다. 오죽하면 남의 자식은 가르쳐도 내 자식은 못 가르친다고 했겠는가?

예부터 '최고의 스승은 부모'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가정 내의 가르침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자식을 누구보다 훌륭하게 가르치고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그러나 부모 입장에서 자식을 가르치는 것,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만약 사랑하면서 가르치지 않고, 가르치되 엄하지 않으면 싹터 오르는 악을 따라 못하는 일이 없어 종국에는 집안을 망하게 하는 자식이 된다. 아들을 가르치지 않으면 내 집을 망하게 하는 것이며, 딸을 가르치지 않으면 남의 집을 망하게 하는 고로 가르치지 않으면 부모의 죄이다’. 조선시대 교훈서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 훈자손(訓子孫)에 나오는 말이다. 지금도 계속 유효한 자식 가르치는 방법이지만 실천하는 부모가 과연 얼마나 될까.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자식 교육은 평범한 것이다. 보통 사람이 자식들을 가르치지 못하는 것은 자신의 자식이 죄악에 빠져도 괜찮기 때문도 아닐 것이다. 다만 꾸짖고 화를 내면 자식이 두려워 기죽지 않을까 염려가 앞서거나 또는 회초리로 때려 가르치면 자식이 마음에 상처를 입을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질병을 치료하는 일에 비교하면 자식 교육 방법은 더욱 명쾌해진다. 약이 쓰다고 혹은 주사와 수술이 아프다고 사용을 멀리하면 병을 치유할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의 부모들은 어떠한가.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음식을 먹고 행동을 해도 내버려두고, 마땅히 가르쳐야 할 것은 오히려 격려하고, 꾸짖어야 할 것은 웃어넘겨 버린다. 그리하여 자식이 자라 나름대로 식견이 생길 때, 모든 일을 평소 해오던 대로 하면 되는 줄 알게 된다. 그러다 실망하고 제재를 가하고 모든 것을 통제하지만 이미 교만함이 몸에 밴 자식에겐 소용이 없게 된다. 오히려 부모에 대한 분노와 원망만 날로 키워 끝내 부모의 의도와 상관없이 행동하거나 심지어 패륜(悖倫)을 저지르기기도 한다..

그래서 공자는 "어려서 형성된 습관은 천성과 같다. 습관에 따라 형성된 것은 자연스럽게 배어나온다"고 말하며 부모의 막중한 책임을 강조했다. 자식을 번듯하게 키운 부모는 본인의 신분에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부러움과 존경을 받는다. 반면 자식 잘못키운 부모는 언제나 비난의 대상이다. 부와 명예를 가진 부모는 더욱 그렇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남경필 경기지사의 아들을 보며 다시한번 부모의 책임에 대해 생각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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