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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당의고전]?器以滿覆(기기이만복)

기기는 가득차면 엎어진다

 

?(기)란 기울어진다는 의미다. ?器란 중국 고대 周나라때 임금을 경계하기 위하여 만들었다는 그릇이다. 물이 그릇에 가득 차면 엎어지고 텅 비면 기울어지나, 알맞게 차면 반듯이 서게 되는 금속이나 질그릇으로 만들어 中庸을 지키기 위해 몸 가까이 놓고 늘 경계로 삼았다. 공자는 제자들을 모아놓고 이 ?器를 시험 삼아 한 제자에게 물을 부어 보라고 했다. 그러자 물이 가득 차는 순간 기기는 뒤집어졌다. 이를 지켜보던 孔子는 ‘아아 가득차서 뒤집어지지 않은 것은 이 세상에 없도다’며 탄식했다. 撲滿以空全(박만이공전)이란 말이 있다. 撲滿은 벙어리라는 그릇으로 마치 저금통처럼 주둥이가 좁아 깨뜨리지 않으면 담긴 것을 꺼낼 수가 없다. 사람의 마음속이 아무런 뜻도 없이 비어있기만 하고 또한 욕심으로만 꽉 차있다면 기기처럼 넘어지고 만다. 벙어리저금통이 너무 꽉 차면 깨뜨려야만 꺼낼 수 있는 것도 사람의 탐욕으로 가득 찬 것이나 다름없으니 몸은 결국 망가진다는 이치다. 옛 사람들의 이러한 자기 수양과 경계심은 오늘날 좌우명으로 이어져 가고 있다. 필자가 몇 해 전 국내 미술 전문지에 중국 문화의 뿌리를 연재했는데 좌우명이란 어원을 기기에 두었으며 고대 기기의 모양이 그대로인 도판도 실었었다.

/근당 梁澤東(한국서예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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