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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명량〉의 경제학

 

영화 〈명량〉을 두고 말들이 많다(참 나는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 뭐 이순신 리더십이 어떻고 그리고 영화사 대박났다는 등 말이다. 후자를 한 번 짚어 보자. 과연 그런지. 물론 이 계산은 최종적인 것이 아니고, 경우에 따라 차이가 날 수가 있다는 점은 전제로 하자.

8월25일 기준 1천645만명이 관람, 카드사할인, 영진기금, 부가세 등을 제한 극장의 세후 총수익은 1천103억원이다. 이 돈을 누가 먹나. 극장이 이 돈에서 약 629억원을 먹는다. 그리고 나서 배급사가 총수익에서 극장배당액을 뺀 금액에서 배급수수료 10% 곧 약 47억을 먹는다.

이제 남은 돈은 427억원쯤 된다. 명량의 총제작비는 195억원쯤 된다고 한다. 이를 빼면 232억원이 남는다. 여기서 각종 수수료 6% 약 14억원을 빼야 한다. 이제 218억원이 남는다. 이 돈이 투자제작자에게 떨어진다. 그래서 이 돈을 투자사와 제작사가 6:4로 나눈다. 곧 투자사가 131억원을 먹고 제작사에게는 87억원이 돌아간다. 이 87억원을 가지고 감독, 배우, 런닝개런티 등을 나눈다. 공동제작이면 반으로 나눠야 하는데, 〈명량〉의 경우 제작자가 감독이니 그나마 많이 떨어지는 셈이다.

영화 대박수익 배급사 최고

〈명량〉은 작품 곧 시장논리로 보면 제품이다. 생산자는 제작자, 감독, 배우, 스탭이다. 제품을 시장에서 팔아 남은 돈 중에서 이 들에게 돌아가는 몫이 약 7.9%, 약 8%다. 어, 대박이라는 데 왜 이거 밖에 안돼? 당연하다. 그럼 누가 가장 많이 먹나. 극장이다. 그 중 CGV다. 극장배당 수익에서 약 290억원을 벌 것으로 보인다. CGV는 CJ계열사다. CJ는 그러므로 극장, 배급사, 투자사를 다 겸하고 있으므로 극장배당수익, 배급수수료, 투자자 배당이익 등을 골고루 챙겨 400억원 이상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 말이다. 아무리 좋은 영화를 만들어 초대박이 나도 가장 이익을 보는 곳은 CJ, 롯데다. 영화산업만큼 독점의 폐해가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곳은 찾아 보기 어렵다. 이익의 90% 이상을 이들 그리고 이들의 계열사인 배급사, 투자사들이 갖는다. 무대위에서 땀 흘린 감독, 배우, 스탭은 전형적인 ‘을’이고 아무리 노력해도 이런 구조하에선 버티기 힘들다. 과실의 배분에서만 보자면 한국 영화산업은 결국 재벌의, 재벌에 의한, 재벌을 위한 산업이다.

물론 기업의 입장에서 보자면 다를 수 있다. 지난 10년 가까이를 놓고 볼 때, 연간 한국영화 제작총편수 중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경우가 많아야 3분의 1이다. 어떤 경우에는 90%가 넘는 영화들이 손익분기점조차 넘기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며, 투자수액률은 거의 -50% 수준이다.

그런데 내가 강조하는 것은 영화산업 자체가 ‘고위험 고배당’(high risk high return)의 전형인데, 그러다 보니 극단적인 양극화 속에서 자본력을 갖춘 곳만이 살아 남았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영화산업은 공고한 독과점체제로 재편됐다. 재벌에 유리하게, 제작사 곧 생산자에게 불리한 분배구조가 안착됐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가 정정되지 않으면 한국영화의 경쟁력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특히 투자사, 극장, 배급사로 이어지는 영화산업의 ‘수직계열화’를 규제하기 위한 법이 필요하다. 실험, 예술, 저예산영화 등 이른바 ‘다양성영화’는 시장논리가 판을 치는 현재 경향대로라면 멸종될 것이다.

수직계열화 규제법 개정 시급

그나마 이 장르가 눈꼽만치의 상업성이 있으니, ‘뮤비꼴라쥬’같은 다양성영화로 특화된 상영관이 대자본의 ‘시혜’에 힘입어 숨통이라도 열어 두고 있을 뿐이다.

컨텐츠면으로 보더라도 한국영화의 할리우드화, 혹은 한류의 할리우드 아류화는 이미 대세로 자리잡은 듯 싶다. 설사 한국영화가 살아 남아도 독자적인 컨텐츠가 없으면 있으나 마나 할 뿐이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듯이, 오히려 지금이 한국영화산업의 미래를 성찰할 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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