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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성칼럼]휴식이 동반된 추석 연휴는 언제오나

 

아침 저녁으로는 벌써 선선한 기운이 파고든다. 사람의 마음은 간사 하다고 했던가. 선풍기와 에어컨을 멀리하고 잠자리에선 나도 모르게 이불 자락을 끌어 당긴다. 더위에 지치고 땀 흘리던 지난 여름의 기억도 요즘 같으면 아득한 옛날처럼 느껴진다. 오늘처럼 9월의 초입으로 접어들면 우리 시야에 자주 들어오는 푸른 가을 하늘이 더욱 생각나고 생각속에 잠기면 이유 없이 기분 또한 좋아진다.

‘삼월이 좋다해도 구시월만 못하리라. / 봉봉이 단풍이요 골골마다 국화로다. / 아마도 놀기 좋기는 구시월인가 하노라’. 추석을 보듬고 단풍이 수놓는 이 계절을, 옛사람들은 구월이 수확의 시기라 이렇게 노래했나보다. 추석은 이렇듯 언제나 가을의 중심에 있다.

올해는 하늘에서 찬 기운이 내린다는 백로와 추석이 겹쳤다. 그리고 코앞이다. 이번에도 벌써부터 한바탕 귀성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추석표 예매로 분위기는 이미 열흘전부터 들썩 거렸지만. 이런 전쟁이 언제까지 계속될까 생각하면 그래도 난 행복하다. 적어도 고향엔 가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그러면서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앞으로 30-40년 후에도 귀성전쟁이 있을까 없을까. 지금과 같은 귀성은 아마도 한 세대가 가기 전 끝날지도 모른다. 그리고 ‘세시풍속’에 주차장화된 고속도로와 선물꾸러미를 든 자녀들의 고향방문 사진이 등장, 과거를 증명할지도 모른다. 제사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요즘 주부 2-3년차인 30세 전후의 젊은 여성들은 제사 음식을 할 줄 모른다. 친정엄마들도 반듯이 집에서 가르쳐서 시집보내겠다는 생각도 없다. 시집 가기전 자신의 손에 물뭍이기 싫어하는 딸에게 요리하는 법을 가르칠 엄두가 나지 않을 판에 언감생심 시집가서 제사음식 만드는 법이라니, 꿈도 꾸질 않는다. 하지만 의미는 더 깊숙한 곳에 있다. 자신이 겪은 고통을 딸에겐 물려주지 않겠다는 심리가 그것이다. 이런 딸들이 시집가면 으레, 내가 안하면 시어머니가 하겠지 하는 배짱(?)으로 버티기(?) 일쑤고 시어머니 또한 ‘안할테면 관둬라’며 손수 챙긴다. 그래서 명절만 되면 가족간 갈등이 생기고 상처를 받기 일쑤다. 한자리에 모여 즐겁고 화목해야할 시간이 기피의 대상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이런 변화의 이면엔 가정교육의 영향 이외에 여권 신장, 달라진 결혼관도 한몫하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는 ‘현실을 보는 이성의 힘’이 더 크다. 또 열린 교육과도 무관치 않다. 그래서 덩달아 남편들도 은근히 동조 한다. 명절만 되면 시댁에 가지 않기 위해서 둘이 모의(?)해 만들어내는 핑계 또한 여러 가지다.

사실 젊은이들에게는 보지도 못한 귀신이 죽은 날 찾아와서 밥 먹고 간다는 황당한 스토리는 공감하기 어렵다. IT시대에 아무리 가상의 세계가 많이 존재 한다고 하나 이같은 가정은 젊은 세대들로서는 도저히 이해 할수 없는 것들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지내온 가풍으로 따라는 하지만.. 요즘은 어렵게 산중턱까지 올라 무덤에 가서 절을 하면서도 그 안에 조상신이 머물러 있을 거라고 믿는 이도 이젠 없다. 10대와 20대 전후는 더더욱 그렇다. 그들의 눈에는 그 안에는 영혼을 떠나고 살은 썩고 뼈만 남은 송장이 있을 뿐으로 치부 한다.

이런 세태의 변화를 보며 탄식하는 기성세대들도 있지만 공감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리고 제사를 효라고 가르치기 보다는 살아 있을 때 더 잘 해 드리라고 충고 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제사를 지내고 무덤을 찾는 것은 살아 있는 자의 위안이다. 그래서 혹자는 ‘제사가 아무리 정성이라지만, 함께 살아보지도 않은, 따라서 정도 들지 않은 시댁의 조상을 젊은사람에게 정성을 다해 봉사하라는 건 위선이고 인간적이지도 않다’며 비 효율성을 지적하기도 한다.

아마 죽은 조상들도 자기로 인해 후손들이 고통을 당하고 가정이 불화를 겪고, 심지어 파탄까지 나는 걸 원치 않을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봤다. 이번 추석엔 제사 때문에 혹사당하며 허리도 못펴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제사 말고 가족여행이나 휴식을 취하도록 배려해주는 것은 어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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