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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성칼럼]국회의원은 ‘양치기소년’들인가?

 

우리가 흔히 하는 농담 중에 장사꾼이 손님에게 "손해보고 판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 말을 믿는 사람은 없다.

그 말은 어떤 장사꾼도 손해를 보고 물건을 팔지 않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비슷한 의미로 노처녀가 ‘시집안간다’는 말도있고 노인이 ‘빨리 죽어야 할텐데’ 하는 자조 섞인 이야기도 있다. 모두가 본심과는 상관없는 속내를 드러낼 때 쓰는 농담이다. 그리고 이런 내용이 무얼 뜻하는지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어릴 때 배운 양치기 소년을 굳이 예로 들지 않더라고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부르고 자주 할수록 습관이되어 어느 순간엔 자신이 거짓말 하는 사실조차 잊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쁘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이런 거짓말과 관련해 예전에 흥미로운 사실을 들은 기억이 난다. 지인인 심리학 교수와의 대화중 우연히 들은 이야기다. 정리하면 대략 이렇다. 성인인 경우 말하는 본인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의식하고 있는 것이 보통이지만, 어린이의 경우에는 그런 의식이 없다고 한다. 거짓말은 이런 점에서 무의식적인 거짓말'과 '의식적인 거짓말'로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어린이는 그 지능의 발달상태에 따라 거짓말의 내용도 달라진다고 한다. 유아는 상상과 현실의 구별을 분명히 할 수 없기 때문에 상상에 의한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라고 한다. 예를 들어 장난치다가 우유를 엎질러놓고 “저기 인형이 그랬어”라고 말한다면 거짓말이라기보다 상상력이 만들어낸 이야기의 하나라는 것이다. 3~6세 아이들의 거짓말은 악의가 있다거나 남을 속이기 위해서라기보다 아무런 의미없이 하는 경우도 많다. 현실과 공상의 구별이 아직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자각도 없다.

자세한 설명을 곁들인 교수는 '거기엔 재미가 있어서 장난 삼아 하는 거짓말을 비롯 남의 이목을 끌어 자기의 존재를 돋보이게 하려는 거짓말, 꾸중이나 벌을 받기가 두려워 자기를 방어하기 위한 거짓말'등이 포함된다는 얘기도 덧 붙였다. 듣고나서 청년이나 성인의 거짓말은 그 동기가 복잡하지만, 때로는 거짓말도 하나의 방편이라는 말이 있듯이 그 도덕적인 평가는 반드시 똑같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잘보여 주는 사례라 인식돼 거짓말의 세계가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세상의 거짓말이 모두 이러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그렇치 못한 것이 세상이다.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거짓말만 보아도 그렇다. 대부분은 그 원인이 명예심이나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는 욕망에서 하는 경우도 많아서다. 심지어 히스테리가 있어 병적인 거짓말로 일관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병적인 기억에 의해 제멋대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작화증(作話症) 환자들 까지 있을 정도다.

요즘 정치권을 보면 왠지 이와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남의 이목을 끌어 자기의 존재를 돋보이게 하려는 거짓말, 꾸중(?)이나 벌을 받기가 두려워 자기를 방어하기 위한 거짓말등등이 난무 하는 것 같아서다.

국회의원들만 보아도 그렇다. 5월 개원이후 단 한차례의 법안 심사도 벌이지 않고 오직 당리당략을 위한 소모적 정쟁으로 1백일 넘게 허송세월을 보내더니 그것도 모자라 여야가 이젠 제갈길을 가려는 형국이다. 이런 와중에 야당은 자중지란에 빠져 국민들은 안중에 없고 계파만 있을 뿐이고 여당은 조기총선이니, 보너스 반납이니 하는 속 보이는 말만 쏟아내고 있다. 또 정기국회가 개원한지도 보름이 지났으나 대통령에 대한 한 야당의원의 말이 ‘거짓말’이니 ‘아니니’를 놓고 설전만 할 뿐 정작 본회의 개최에 대해선 ‘나몰라’라다. 정기국회전 국민들에게 약속한 ‘국회의원으로서의 성실한 직무수행’ 은 거짓말이 되어버린 꼴이다.

하도 많이 놀아 이제 국민의 눈치를 보는것도 아니고 걸핏하면 세비와 보너스를 반납 하겠다는 속에도 없는 이야기들을 쏟아내는 것을 보면 꼭 5-6세 어린이들의 뻔 한 거짓말을 듣는 것 같아 서글프다. 나이가 어린것도, 지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입만 열면 자기방어요 생색내기 말로 일관하니 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는 국민들만 불쌍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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