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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명가 점포와 대박 점포

 

수년 전 오사카의 텐신바시(天神橋) 상점가를 방문했었다. 일본을 대표하는 전통상점가로 약 3㎞에 이르는 긴 상가 길이 유명한 곳으로 오래된 명가 점포들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나는 상점가 대표에게 100년 넘게 영업한 점포를 보고 싶다 했더니, 뜻밖에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유인즉 100년 넘은 점포는 너무 많아서 고를 수가 없으니, 오래된 점포를 보려면 400년 넘은 곳과 200년 넘은 곳 중에서 몇 곳을 보여주겠다 했다.

일본에서는 이처럼 2대 이상 내려오는 오래된 점포를 로호라 부르는데 명가점포라는 뜻이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일본에는 500년 이상 된 점포가 32개, 200년 이상은 3천100여개 정도 있다고 한다. 로호는 그냥 오래되었다고 얻는 이름은 아니다. 상품의 독창성이 있으면서 품질이 뛰어나고, 어떠한 때에도 쉽게 문을 닫지 않으며, 고객을 대하는 마음이 가족을 대하는 것과 같은 정신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한다.

로호들이 공통적으로 지키고 있는 정신을 나타내는 것이 ‘노렌(暖簾)’이다. 노렌은 점포의 상호가 새겨진 무명천으로, 상점의 처마 밑에 걸어 놓고 신용과 품위를 표시하는 것이다.

오사카의 상인들은 “하늘이 두 쪽이 나도 노렌은 지킨다.”라는 말을 한다.

그들은 가족보다 가업을 더 중시했다. 가업은 대개 장자가 승계하는 것이 관례이지만 만약 아들이 없다면, 가장 유능한 종업원을 데릴사위로 삼아서 가업의 대를 잇도록 했다. 교토의 ‘아리츠구(有次)’ 부엌칼은 450년의 전통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다. 이 칼명가의 경영철학은 “전통을 지키는 것만이 아니라 시대에 맞춰 사랑받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18대에 걸쳐 이어온 가업에 대한 긍지를 꿋꿋이 지키고 있다.

우리의 경우는 3대를 넘는 가게가 있겠지만 전국적 지명도를 가진 명가 점포를 만나기 쉽지 않다. 사업을 하려는 예비 창업자나 언론, 사회적 관심이 ‘얼마나 돈을 잘 버나’에 집중되어 ‘대박점포’를 찾고 만들기에 열중한다. 창업자 교육도 고객이 많이 다니는 곳에 점포위치를 잡는 법에 대해 큰 비중을 둔다. 그 결과 ‘목이 좋아야 장사가 잘 된다’는 말로 대박점포의 허상을 만들었다.

명가 점포는 멀리서도 찾아오는 충성고객들이 많은 것이 특색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는 곳에 전을 펴고 눈을 사로잡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사로잡아 성공한 것이다. 우리는 어떤가? 명가점포가 드물고 스타점포, 대박점포, 방송 탄 점포를 찾고 있다.

장수하는 명가 점포들의 가업정신은 무엇일까? 바로 품질을 최우선시 하는 장인의 혼이었다. 가업승계 속에는 품질과 자부심, 그리고 상호를 승계하려는 자부심이 담겨 있었다. 품질은 속이지 않는다는 고집스런 정신이 대를 이은 명가의 전통이었다.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당신만이 꼭 직접 해야 하는 작업이 있다.

그 품질의 명성때문에 천리 길 멀다하지 않고 찾아오는 충성 고객들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 자영업자들의 창업 애로사항은 1위가 자금조달이다. 업종과 상품 선택을 고민한다는 대답은 6.6%에 불과했다.

실제 점포를 경영하는 분들의 애로 순위에도 상품과 서비스는 3위에 밀려 있다.

장수 점포들의 대답은 1위가 팔거나 만드는 상품과 서비스의 품질이하고 하는 것과는 반대이다.

창업의 동기가 생계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하였다는 경우가 82.6%에 이르니 창업 준비기간이 채 3개월이 못 된다는 비율도 34%나 된다. 그러니 10년은커녕 3년도 못되어 폐업을 하는 비율이 50%대나 된다.

철저히 준비해야 성공할 것이고, 많이 경험하면 오래 갈 것이며, 품질과 서비스가 점포를 살릴 것이다. 대박을 쫒아 창업을 하다가 오히려 그 반대가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창업자들이 꼭 명심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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