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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경기 천년 사업을 생각하며 2

 

경기학(京畿學)이 교과서와 교실에서 벗어나 지역 사회와 문화 현장 그리고 주민의 삶 속으로 들어온지 오래되었다. 지역문화가 꽃피우기 위해서는 지역학 연구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재론할 필요가 없다.

몇년 전 지역의 역사 자원을 소재로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에 참여한 바 있다. 최루백을 소재로 한 창작물이 응모되었는데, 제안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최루백은 고려시대 경기도 화성 사람인데, 아버지가 호랑이에게 잡혀 죽자 어린 나이에 호랑이를 잡아 배를 가르고 아버지 뼈를 수습하여 무덤에 모셨다고 해서 고려시대를 대표하는 효자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최루백은 염경애라는 부인이 있었다. 부인을 무척 사랑하고 공경하였다. 그 애틋한 마음을 절절히 표현한 기록을 자세히 남겼다.

그런데 최루백 공연 제안서를 제출한 작가는 염경애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 가공의 인물을 최루백의 연인으로 설정하다 보니 이야기의 전개에 무리가 있고 상상력의 발휘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바로 대본을 수정하였지만, 지역학에 대한 이해 수준이 지역 예술의 창작 능력과 완성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몇 년간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은 조선시대 옛길을 복원하고 사람들이 걷게 하는 일이 하고 있다. 사람들은 걸으면서 건강도 관리하고 자신의 삶에 대해서도 천천히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을 것이다. 그런데 이 옛길의 복원은 그동안 축적된 지역의 역사와 지리에 대한 연구 성과가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이 외에 화성과 남한산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었던 것도 지역의 역사와 건축, 문화재에 대한 연구 성과가 기반이 되었다. 지역의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이를 콘텐츠로 만들어 활용하는 일, 지역의 문화와 예술을 창작하는 현장, 새로운 지역 정책을 생산하는 일에도 지역학의 연구 성과가 기반이 되고 있다. 최근 정부는 지역 창조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콘텐츠 코리아 랩 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 자원을 창업으로 연결시켜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이다.



경기학 연구소가 필요하다

1970년대부터 지역의 향토사단체, 문화원,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되어 경기지역학에 대한 연구가 점진적으로 이루어졌다. 1990년대 이후 대학과 전문 연구자들이 지역학 연구에 본격적으로 합류하면서 연구 성과는 이전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아졌고, 연구자 수도 크게 늘어났다.

이들은 대학 교수와 강사, 지방자치단체와 박물관 학예사, 지역 문화재단과 정책 연구기관, 지역문화원의 연구자로 자리 잡고 연구와 그 결과를 현장에서 활용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경기도의 지역학 연구 현장에는 큰 문제점이 하나 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품고 있는 경기도에 지역학연구소가 없다는 것이다. 경상북도에는 국가적인 규모의 국학진흥원이 있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고 있다. 명칭은 국학연구원이지만 주된 연구 내용은 지역 연구이다. 서울, 그리고 경기도보다 훨씬 적은 규모의 광역자치단체인 부산, 인천, 울산, 충남, 충북, 대구, 경북, 제주에도 지역학 연구소가 자치단체 산하 출연기관 또는 시립대학에 설치되어 있는데, 경기도만 경기문화재단에 하나의 팀인 경기학연구팀만이 있을 뿐이다.

앞으로 4년 후인 2018년은 경기도가 한국사에 등장한지 천년이 되는 해이다.

경기 천년 사업이야 말로 경기학 연구자의 참여와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하지 않으면 않된다. 그런데 경기학을 연구하고 역사문화자원을 콘텐츠로 활용하는 일, 도내 경기학 연구 기관과 연구자들을 지원하고 하나로 묶어 주는 일, 지역의 문화와 정책을 생산하는 일을 뒷받침하면서 경기지역학 연구 네트워크 중심이 되어야 할 경기학연구소가 아직 없다는 것이 그리 괜찮아 보이지 않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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