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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사회]재벌이 아닌 서민 경제 살리기의 절박성

 

기억 깊숙이 자리한 10대 시절 봤던 영상이 있다. 어떤 일요예능프로에서 엄마가 쓰러져 있던 아들을 부여잡고 “경제야, 경제야”라고 울부짖었고, 이들을 ‘경제를 살립시다!’란 커다란 글씨가 뒤덮었다. 경제에 대해 특별한 인식이 없었던 내게 아마도 이때부터 한국 경제는 위기로 기억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20대엔 1997년 IMF사태가 왔고, 30대엔 2008년 세계금융위기를 겪었다. 경제는 삶을 풍족하게 지탱시켜주는 대상이기보다는 위험하고 불안전한 요소로 우리를 배회해왔다.

경제 위기가 심화될 때마다 국가는 국민들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했고, 노동의 질은 더욱 떨어져서 노동소득은 줄어들었고, 고용불안은 심화되었다.

단적으로 현재 60대 이상 세대들은 열심히 일하면 적어도 자식 교육과 내 집 마련을 달성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50대 이하 세대들에겐 자식 교육도 내 집 마련도 대출 없이 불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눈에 보이는 사회의 풍요로움과 화려함은 결코 국민 개개인의 삶까지 침투되지 못했다. 국가는 이제까지 경제가 발전하면 모두가 잘 살 수 있다는 ‘낙수효과’를 강조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낙수효과는 사회 상층에 있는 사람들끼리 부를 나눠 갖기 위해 사용했던 수사였을 뿐이다.

지난 2일 한국은행은 ‘OECD 국가의 소득불평등 심화 배경과 대응과제’를 발표하면서, 소득 불평등과 경제 성장률 사이의 관계는 유의미한 관련이 없다고 분석했다. 즉 경제 성장이 소득불평등 구조 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대신 소득 불평등 심화의 원인으로 저임금 서비스 부문의 확대를 비롯한 산업구조 변화, 노동시장의 안정성 저하, 대기업 중심의 경제 성장, 기업의 보수적 경영, 정부의 소득재분배 기능 약화 등을 꼽았다. 이에 대안으로서 누진세 강화, 사회안전망 정비를 비롯한 정부의 소득재분배 기능 강화, 양질의 일자리 창출, 기업 투자 촉진, 노동시장의 안정성 제고 등과 같은 지속적인 구조개선을 강조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7~2012년 5년 사이 노동생산성이 9.8% 증가한 반면, 실질임금은 2.3%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같은 시기 국내 10대 재벌의 자산은 430조 원이 증가하면서 10대 재벌의 자산이 국내 100대 그룹의 70.9%를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김낙연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2012년 말 한국의 소득 상위 1% 인구가 전체 소득의 12.23%를 점유하고 있고,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44.87%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사회의 부는 대재벌과 고소득층에게 심각하게 편중되었고, 노동을 통한 소득증대는 미미하다. 이러한 소득양극화의 단적인 결과로 2012년 말 가계부채는 964조원에서 올해 연말 1천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제비교 지표뿐만 아니라 국내 통계자료 몇 가지만 살펴보더라도 서민의 경제상황은 매우 비관적이다. 그러나 지난 이명박 정부시기 고용 증가, 가계소득 증가, 내수 진작, 경기활성화 등을 내세워 법인세를 인하했고, 그 결과 기업들의 사내 유보금만 천문학적으로 증가했다.

경제민주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박근혜 정부 역시도 지난 정권의 경제정책으로부터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어 서민들의 경제는 더욱 위험해 지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취임이후 다양한 경제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일련의 정책이 서민경제에 보탬이 되기보다는 서민을 내세워 시장을 활성화시키려는 계획이 중심에 있다. 이는 실패한 이명박 정부의 정책과 동일한 경로를 보인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서민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임금인상과 고용안전을 통한 노동의 질 향상을 유도해야하고, 재벌과 고소득층에 대한 적극적인 누진세 부과를 통해 노동 시장 밖의 재분배에 국가는 더 늦기 전에 나서야 한다. 기존의 경제정책이 유지된다면 절벽으로 내몰린 국민들은 결국 경제에 희생될 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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