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정준성칼럼]나이라는 잣대로 사람을 재단해선 안된다

 

‘그리 느끼는 거야 위원장님 권리지만 최근 제 신체 나이가 64세로 검사에서 나왔다’며 ‘위원장님보다 팔굽혀펴기도 더 많이 하고 옆차기, 돌려차기도 한다. 먹는 약도 하나도 없다’

얼마 전 국정감사에서 설훈(62)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이 ‘79세면 쉬어야지 왜 일을 하려고 하느냐. 정년제도가 왜 있나. 연세가 많으면 판단력이 떨어져 쉬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한국관광공사 윤종승(예명 자니 윤, 79) 상임감사가 맞받아친 말이다. 현역시절 뼈있는 조크로 유명했던 코미디언다운 이같은 말이 요즘 화제다. 또 이를 두고 개그식 표현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럴땐 당-황-하-지 말고’ 돌려차기로 울대를 ‘팍!’ ‘끝’.

오죽 답답하면 개그 프로에나 나올 그런 말을 했겠는가 생각해보지만 역시 결론은 ‘아니올시다’다. ‘정년’ 없는 사람이 ‘정년’을 거론하고 더 나아가 나이 탓을 하며 면박을 주었다는 자체가 상식으론 이해가 가질 않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직업이나 직종에는 정년이 있게 마련이다. 하기야 요즘엔 명예퇴직이다 조기퇴직이다 해서 일찍 퇴직하는 바람에 정년의 개념이 희박해지고 있지만 여하튼 정년은 엄연히 존재한다. 나이가 차면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물러나는 사회적인 제도로 정착돼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가동연한(稼動年限)이란게 있다, 사람이 일정 직업을 가지고 더는 일을 할 수 없어 소득을 발생시킬 수 없다고 인정되는 나이를 뜻한다. 소득연한이라고도 한다.

보통 정년과 같은 의미로 쓰이고 교통사고 등 각종 사고로 인해 사망하거나 영구 장애를 입었을 때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척도가 된다. 법원 판례로 인정된 직업별 가동연한은 천차만별이다. 호스티스·골프장 캐디는 35세, 프로야구 선수 40세, 술집마담 50세, 미용사 55세, 탤런트·개인택시운전사 60세, 소설가·의사는 65세이다. 가장 긴 직업은 변호사와 목사로 70세다. 법으로 정년이 정해지지 않은 직업의 가동연한은 사회적 통계와 함께 육체적·정신적 역량을 종합해 결정된 것들이다.

그러나 여기서 제외된 직군이 있다. 정치인이다. 한 때 보험회사, 법조인 등 관련 전문가들을 통해 가동연한이 거론된 적은 있으나 정해진 것은 없다. 이유는 정치인 정년을 정하는 것은 피선거권을 박탈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위헌 이어서’라고 한다.

정치인에게도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가동연한은 있다. 변호사 목사보다는 짧고 소설가보다 긴 67~68세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이유는 ‘패러독스’가 있어 더욱 그럴듯 하다.

‘지역구를 관리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국회에서 머리싸움 몸싸움도 해야 하는 정신. 육체노동자적 성격이지만 책임질 일도 없으니 스트레스 받을일도 없다는 점에서 소설가보다 오래 살 것 같아 그렇다’는 것이다. 웃어야할지 말아야 할지...

정작 당사자들은 이것 또한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남에 대해선 ‘정년’ 운운하며 나이탓을 하지만 정작 자기들은 법이라는 병풍 뒤에 숨어 달콤한 권력 맛을 줄기차게 보고 있으니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정치인들을 ‘참 염치없는 분들’이라 말하는 것도 이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무리 권력이라는 것을 한 번 가지면 죽을 때까지 놓고 싶지 않은 것이기는 하지만 국회라는 입법기관을 최대한 활용(?), 기업이나 공무원 정년에 관한 법은 마음대로 고치면서 정작 국회의원의 정년에 대해전혀 언급이 없으니 그렇기도 하고.

기대수명 120세가 되면서 요즘은 이런 정년도 사실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 정년과 능력이 같지 않아서 더욱 그렇다.

정년이후 나이를 잊고 더 정력적으로 일을 하고 자기성취를 이루려는 사람도 우리 주위엔 수도 없이 많다. 이런 시대에 나이를 기준으로 적합성과 자격을 재는 건 부당하다.

특히 나이라는 잣대로 사람을 재단하는 것은 큰 무리다. 그런데도 나이 운운하며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정치인은 유독 줄지 않고 있다. 자신들은 나이가 안 먹는지 궁금하다. 정치인이 굳이 나이를 따진다면 자연적인 연령을 언급하지 전에 자신의 정신적인 연령도 한번쯤 고려해 봐야 하지 않을까.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