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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겨울이 온다

 

입동이 지났다. 다람쥐의 양 볼이 볼록해지고 발걸음이 바빠질 때 겨울은 온다. 느티나무가 울긋불긋 비단옷을 벗어버리고 미끈한 허리가 점점 더 도드라져 보일 때 겨울은 온다. 아침에 바라본 국화꽃이 문득 애처로워 보일 때 겨울은 온다.

산수유 빛바랜 잎 사이로 빨간 열매가 꽃처럼 보일 때 겨울은 온다. 퇴근길 집으로 들어가는 골목 모퉁이에서 붕어빵 생각이 날 때 겨울은 온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따끈한 단팥죽이 그리워질 때 겨울은 온다. 버스 정류장 옆에서 구운 고구마가 먹고 싶을 때 겨울은 온다. 출근하면서 코트 깃을 세우고 싶어질 때 겨울은 온다. 출근길 직장인들의 종종거리는 발걸음에서부터 겨울은 온다.

경제에도 겨울이 있을까? 우리 경제는 현재 봄일까 겨울일까?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이 있는 것처럼 경제에도 사계절이 있다. 경기 회복단계를 봄이라고 한다면, 경기가 호황일 때를 여름, 경기가 후퇴하고 있을 때를 가을, 경기가 침체에 빠져 있을 때를 겨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경기가 한 상태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회복, 호황, 후퇴, 침체와 같은 단계를 거치면서 변동하는 것을 경기순환이라고 한다.

경기는 흔히 침체(겨울)→회복(봄)→호황(여름)→후퇴(가을)의 네 단계를 거치며 순환한다. 그렇다면 경기판단의 기준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경기후퇴(가을)’라고 한다면 분기 성장률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 경제는 후퇴(가을)나 침체(겨울)이라고 할 수 없고, 미지근한 회복(봄)이 지루하게 계속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경기순환은 왜 일어나고 얼마나 오래 계속되는 것일까? 먼저, 그 성격과 주기에 따라서 경기순환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눠진다. 주기가 약 40개월(3~4년)정도로 가장 짧은 것을 단기순환이라고 하며, 발견자의 이름을 따서 키친순환(kitchen cycle) 또는 재고순환이라고 부른다.

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기업이 생산된 제품의 재고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변화가 평균적으로 약 40개월에 걸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키친순환을 가장 많이 활용하여 경기를 분석하고 판단한다.

두 번째는 10년 정도의 주기로 움직이는 쥬글러순환(Juglar cycle)이다. 이것은 주로 기업들이 새로운 기술의 설비투자를 늘이거나 줄이는 과정에서 생기는 것으로 설비투자순환이라고도 부른다.

쥬글러순환으로 판단해볼 때 세계경기는 2008년 이후 투자지수가 100 이하로 떨어진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의 빙하기에 위치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세 번째는 15-20년을 주기로 움직이는 쿠즈네츠순환(Kuznets cycle)이며 건축경기와 관련이 되어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콘드라티에프파동(Kondratieff wave)이며, 약 50년의 기간을 통해 관찰되는데 철도, 전기 등과 같은 대발명에 기인하는 경기순환을 말한다.

이와 같은 경기순환의 원인에 대해서도 다양한 견해가 있다. 기업의 투자가 총수요에 충격을 주어 경기변동을 야기한다는 케인즈학파의 주장이 있는 반면, 프리드만 등의 통화주의자들은 통화당국의 자의적인 통화량조정 때문에 경기변동이 나타난다고 한다. 또한, 기술혁신이나 생산성 변화와 같은 공급측 요인을 경기변동의 원인으로 보는 슘페터의 견해도 있다. 최근에는 세계 각국의 경기변동이 서로 높은 상관관계를 갖는다는 국제적 연관성을 강조하기도 하고, 선거와 같은 정치적 요인을 설명변수로 하는 정치적 경기변동이론도 있다. 그러나 현실의 경기변동에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할 수밖에 없고, 각 나라가 처한 상황과 특징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지금 한국경제는 봄이라고 하는데 실제 봄은 아직 오지도 않았다는 비관론이 많다. 하지만, 겨울이 길면 봄이 가까운 것처럼 경기순환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경기후퇴나 경기침체로 인한 부작용은 최소화하고 적극적인 투자나 기술혁신을 통해 다가오는 경기회복이나 경기호황 국면에 대비하는 것이야말로 경제주체들이 취할 가장 현명한 처사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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