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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굳은 의지와 지혜가 필요한 때

 

삶의 기준을 늘 밖에서 찾으며 선진국을 부러워하다보니 그들도 어려운 시절을 겪었다는 걸 잘 모른다.

우리가 아는 선진국들이 처음부터 잘 사는 나라는 아니었다. 그들도 많은 시련과 고통, 시행착오를 겪으며 지금의 자리에 이르렀다.

그러는 와중에 아르헨티나처럼 주저앉은 나라도 있다. 꽤 오래 전 〈엄마 찾아 3만리〉로 소개된 애니메이션 작품은 가난한 이탈리아 시절 부유한 아르헨티나로 일을 하러 떠난 엄마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이탈리아도 처음부터 프라다, 구찌, 페라가모 같은 명품의 나라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최고의 패션 국가 가운데 하나지만,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이탈리아는 프랑스 패션도시 리옹에 직물을 공급하던 OEM 국가였다.

요즈음 정치권이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문제로 시끄러운데, 복지논쟁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모델인 북유럽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스웨덴은 덴마크의 식민지였고, 노르웨이는 해방된 스웨덴의 식민지였다.

핀란드는 제정 러시아의 변방 식민지나 마찬가지였고. 그러니 이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세 나라 사람들 과거 살림살이가 어떠했을지 짐작할 수 있다.

요즘 젊은이들은 잘 모르겠지만 〈정복자 펠레〉라는 뛰어난 영화가 있다. 그 영화는 스웨덴이 얼마나 가난에 시달리며 고통을 받았는지를 뛰어나게 그리고 있다. 하지만 굶주림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았고, 어떤 가치를 삶의 중심에 둘 것인가 깊이 있게 고민했기에 그들은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를 이루었다.

그러니 문제는 시련과 어려움이 아니라, 그걸 이겨낼 의지와 지혜다.

그런데 왜 한반도 역사 이래 가장 부유한 수준에 이른 우리가 두려움에 사로잡혀 안절부절 못하는가?

물론 고령화 사회, 청년 실업, 부동산 침체, 중국의 위협, 달러 강세와 엔저 위기 등등 문제는 끝없이 다가온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이 일제 식민지 치하나 냉전의 해방 정국, 6·25 동란과 전후의 피폐보다 더 어렵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1960년대 중반까지는 속칭 SKY 대학을 나와서도 취업을 걱정했다. 그 어려움 속에서 가진 것 하나 없이도 우리는 지금의 풍요를 일구었다. 그런데 어쩌다가 우리가 이렇게 나약해진 것일까?

우리는 똑같이 식민지를 겪었지만 북유럽 국가의 국민들은 과거에 얽매여 자학하지 않는다. 그들이라고 이런저런 감정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우리처럼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 같은 극단적인 발언을 하지는 않는다.

빈부 격차와 부동산 폭락의 부작용을 우려할 수는 있어도, 기어코 나라가 거덜이 나서 자신이 맞음을 입증하려 들지도 않는다. 그래서 어떤 때에는 비판을 넘어 자학하는 사람들, 특히 센세이셔날리즘에 사로잡힌 언론을 등에 업고 지껄이는 사람들을 보면, 걱정과 자학이 지나쳐 아예 나라가 망하기를 바라는 것 같다.

특히 요즘은 여야의 정치적 갈등이 격렬해지다 보니 상대편의 입장에 대한 비판을 넘어 말이 저주에 이르기도 한다. 페이스북 같은 소셜 미디어에서는 그 정도가 더 심하다. 하지만 비판에도 적절한 금도가 있어야 한다.

정부는 바뀌지만 나라는 바뀌지 않는다. 정치 세력의 어느 한편을 마음껏 비판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절대적 언론 자유이지만, 국가의 존재 이유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좌든 우든, 진보 연 하든 보수를 자처하든 마찬가지다. 그것은 반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갈등의 에너지를 우리가 영위해야 할 삶의 가치를 모으는 데에, 대한민국의 존재 이유를 그리는 데로 모아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애국’이라는 거창한 개념은 멀리 있지 않다. 남 탓하지 말고 내 삶을 소중하게 가꾸어가는 것, 내 삶이 소중한 만큼 타인의 삶도 소중하게 존중하는 것, 그게 애국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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