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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남·북·러 석탄운송시범사업점검단’ 방북 의미

 

24일 북한 나진항을 통해 러시아산 석탄을 수입하는 ‘나진·하산프로젝트 시범운송사업’을 현지에서 점검할 우리측의 민·관 합동점검단이 방북했다. 이 합동점검단은 코레일·포스코·현대상선 등 국내 3개 기업 컨소시엄 관계자 12명과 통일부 당국자 1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러시아 철도공사와 함께 석탄 하역과 선적, 선박 입출항, 철도-항만 연결성 등을 살피는 등 나진항 연계의 육해운 복합물류과정 전반을 기술적으로 점검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시범운송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현재와 같은 악화된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것이 수반되어야 가능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남북교류협력사업은 남북관계 개선의 여부에 따라 부침(浮沈)을 거듭해왔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금 남북관계가 갈등과 긴장의 가속도로 치닫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선 지난 18일(현지시각) 유엔인권문제담당 제3위원회의 대북인권결의안 표결통과 이후 24일 현재까지 남과 북은 날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북한은 이 결의안을 전면 거부·배격하며 자위적 핵 억제력과 전쟁 억제력의 무제한 강화 등을 내세우고 ‘제4차 핵실험’의 강행위협, 심지어 ‘핵전쟁’의 초강경대응전으로 청와대 안전위협카드까지 꺼내들고 있다. 이에 우리 정부도 유엔대북인권결의안의 구체적·실질적 조치요구라는 대북압박을 강화하면서 북한의 핵실험과 핵전쟁 위협, 초강경대응전 진입 위협 등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고, 북한의 도발감행시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연속선상에서, 지난 10~21일 진행된 우리군의 ‘호국훈련’ 실시와 관련해 북한도 ‘연합합동훈련’으로 맞서 남북관계의 군사적 긴장은 더욱 고조되었다. 우리군의 호국훈련은 1996년 이후 최대 규모인 33만여명의 육·해·공군과 해병대 등 군인, 2만3천여대의 기동장비, 60여척의 함정, 다수의 항공전력이 참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의 연합합동훈련은 인민군 제572대 연합부대와 제630대 연합부대 관하 부대들의 합동훈련으로 해상 수송집단의 해상이동, 상륙해안으로의 접근 때 상륙저지, 특수작전부대의 상륙전투와 대상물 습격전투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의 남북관계를 보면 참으로 안타깝고 답답할 뿐이다. 지난달 10월초,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의 시점에서 남북관계가 해빙의 분위기로 돌아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당시 폐막식에 북한의 고위급 인사 3인방이 참석해 우리 측과 회담을 갖고 ‘제2차 남북고위급접촉’을 10월말∼11월초에 열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 기회를 남과 북이 되살리지 못했다. 제2차 남북고위급접촉은 북한함정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과 이에 우리군의 경고 및 대응사격사건, 우리측 탈북 및 보수 민간단체의 대북전단살포와 이에 북한군의 고사총사격사건 등의 발생으로 무산됐기 때문이다. 그 이후 11월 내내 남북관계는 대립과 대결의 전선구도 속에 빠져들고 있다.

이런 와중에 우리측의 민·관 합동점검단이 ‘남·북·러 석탄운송시범사업’의 점검을 위해 방북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이들의 방북의미가 아주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의 방북을 지렛대로 남과 북이 대화와 접촉의 틀을 복구해 합의점을 이행해가는 동력을 되살린다면, 남북관계개선의 물꼬를 트는 실마리도 충분히 풀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들의 방북과 함께 지금의 남북관계가 대치국면에서 개선국면으로 전환돼 통일의 대장정으로 들어가는 기대와 희망의 꿈을 꾸어보자.

우리 속담에 “가는 정이 있어야 오는 정이 있고, 오는 정이 있어야 가는 정이 있다”는 말이 있다. 남과 북이 ‘가는 정, 오는 정’의 관계개선으로 서로 돕고 베풀며 살아가면서 통일을 이룩할 수 없을까?

황태영의 『풀이 받은 상처는 향기가 된다』에서는 “풀은 상처를 받았을 때 향기를 내뿜고, 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에 향기를 묻혀 준다”고 했다. 남과 북도 깊은 향, 아름다운 세상의 통일을 함께 만들어 가는 관계개선이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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