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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정조는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사랑했을까?

 

조선왕조 정조는 불행하게 세상을 하직한 아버지 사도세자와 젊어서 혼자 된 어머니 혜경궁 홍씨에게 정성을 다하여 효행을 실천하였다. 그래서 유교 국가인 조선왕조의 표상이 되는 군주이다. 그러나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에게 마음 속 깊이 사랑하면서 효를 다한 것인지는 정조에 대해 공부를 하면 할수록 궁금하였다.  

 

정조는 개인적으로는 매우 불행한 사람이었다. 아버지 사도세자가 할아버지 영조에 의해 죽임을 당하였기 때문이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비극인데 사도세자가 죽임을 당할 당시 왕실 가족 누구도 사도세자 편을 들어주는 이가 없었다. 사도세자의 생모인 영빈은 사도세자를 지키기는 커녕 영조에게 사도세자가 지극히 위험한 인물이니 처리하라고 했다. 사도세자 장인인 홍봉한은 처음에 사도세자를 보호하였지만 상황이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사도세자 죽음에 직접 간여하였다. 혜경궁 홍씨는 어떠하였는가. 그 역시 사도세자의 죽음을 막는데 힘을 보태지 않고 방관하였다. 

 

1762년 사도세자가 죽음을 맞이하였을 때, 마지막까지 아버지 사도세자를 지키려 한 이는 세손이었던 정조뿐이었다. 정조는 할아버지 영조에게 "아비를 살려 주옵소서"라며 매달렸다. 그러나 영조에 의해 매몰차게 쫓겨나고 말았다. 그 뒤 사도세자는 뒤주 속에 갇혀 죽었다. 사도세자는 그렇게 쓸쓸히 아들 외에 지켜주는 이 없이 비참하게 세상을 떠났다. 아무리 왕실의 일이지만 이처럼 뒤틀린 왕실 가족사는 한국 역사에서 영, 정조대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정조는 어린 나이에 서로 미워하고 믿지 못하는 살벌한 가족 한가운데에서 아버지가 죽어 가는 모습을 목도한 것이다. 정조는 아버지의 죽음을 방관하고 그 죽음에 간여한 사람들에 대해 적개심을 가졌다. 특히 도움을 주어야 할  외가가 그렇게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실망하였다.

 

1776년 정조는 즉위하자 아버지 사도세자의 죽음에 간여한 인물과 정적들을 찾아 처벌하였다. 외할아버지 홍봉한의 동생인 홍인한은 사사하고 그 주변 인물 상당수도 극형에 처하였다. 정적이었던 정순왕후 오빠인 김귀주, 영조가 총애한 후궁 숙의 문씨, 그녀의 오빠인 문성국, 정후겸까지 모두 죽였다. 그러나 정조의 처벌은 여기까지였다.

 

 
정조는 우리시대에 귀감이 되는 정치인이고, 한 가족의 가장이자 아들이다

 

 
정조는 정적의 처리에 있어서 절제력이 있었다. 핵심적인 세력만 처벌한 후 나머지 세력과는 협력하면서 정국을 운영하였다. 만일 그렇게하지 않고 연산군처럼 하였다면 정조시대는 매우 불행한 시대가 되었을 것이다. 『정조실록』을 보면, 정조는 영조에게 사도세자가 갇힌 뒤주를 갖다 바쳤다고 알려진 외조부인 홍봉한에 대해서는 “설사 용서받지 못할 죄를 지었다 하더라도 봉조하(홍익한)는 자궁(혜경궁 홍씨)의 어버이이며, 나는 바로 자궁의 아들”이기에 처벌 할 수 없다고 말하였다. 정조는 어머니에 대해 섭섭함과 원망이 있었겠지만, 그 해결 방식은 미움이 아니라 사랑과 이해였다. 정조는 원망이 가득찬, 그래서 죽음까지 초래한 왕실 가족의 갈등을 어머니에게 효를 다하면서 풀었다. 만일 정조가 홍익한도 처벌하고 혜경궁 홍씨에게도 불효를 하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정조가 왜 뛰어난 군주인가. 정적에 둘러 쌓였으나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여 때로는 통제를 하고 협력하면서 통치한 점이다. 그러면서 백성을 진정 사랑하고 백성과 소통하였다. 정조는 왜 성군인가. 다른 왕과 달리 매우 비극적인 가족 간의 문제를 원망과 미움, 복수로 풀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조는 어머니 혜경궁 홍씨에게 실망하였을 것 같은데, 이를 사랑으로 극복하고 효로서 풀었다. 정조야 말로 우리시대에 귀감이 되는 정치인이고, 한 가족의 가장이자 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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