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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믿음이 국세청이다

 

지난 주 화요일 2015년도 정부 예산이 국회를 통과했다. 12년만에 제 날짜에 통과된 2015년도 예산안은 총지출액 기준으로 375.4조 원에 달한다. 그 중에서 복지분야 예산은 총지출의 30.8%에 해당하는 115.7조원이나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나라의 복지 수준은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다. 구체적으로 수치를 살펴보면, 지난 2011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공공 사회복지 지출의 비율은 9.1%로 OECD 회원국 평균인 21.7%보다 크게 낮다. 세금과 사회보험료 수입을 GDP로 나눈 '국민부담률'을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는 2011년 현재 25.9%로 OECD 평균 34.1%보다 크게 낮다. 국가별 1인당 국민소득과 국민연금의 성숙도 등 경제사회적 여건의 차이를 고려해 비교해 보더라도 복지지출과 국민부담률의 수준은 선진국 평균 대비 낮은 편이다. 향후, 고령화와 그에 따른 복지지출 증가, 그로 인한 재정 건전성의 악화라는 악순환을 예방하려면, 복지지출 증가에 대응해 국민들의 부담을 합리적으로 조정해 가는 수밖에 없다. 국민들 스스로 복지지출의 부담을 짊어지겠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바로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지난 주 재미있는 결과가 하나 더 발표되었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2014년도 세계투명성지수 순위를 보면 우리나라가 43위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1995년 이 지수가 발표된 이래 우리나라는 투명성지수의 점수와 순위가 계속해서 개선되었고 2010년에는 역대 최고수준인 39위까지 올라선 적이 있다. 하지만, 2011년, 2012년, 2013년 계속해서 순위가 하락하여 46위까지 내려갔다. 그러다가 올해 다시 55점, 세계 43위로 세 계단 올라섰다. 하지만, 여전히 2010년의 39위 수준에는 못 미치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도 싱가포르는 100점 만점에 84점으로 세계 7위의 호성적을 기록했다.

일본은 76점으로 15위, 홍콩도 74점으로 17위를 기록했다. 과거에 우리보다 점수와 순위가 낮았던 대만은 57점으로 39위를 기록하면서 우리를 추월했다. 한편, 북유럽 복지국가들인 덴마크가 1위, 핀란드가 3위, 스웨덴이 4위로서 세계 최고수준의 투명성을 보여주고 있다.

종합해보면, 한국의 경제력은 무역규모 세계7위, 국내총생산(GDP) 세계15위 등 10위권 안팎으로 크게 성장한 것에 비해, 복지지출과 투명성 등 사회 시스템은 세계 수준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북유럽의 복지국가들은 투명한 제도와 행정 하에서 정부에 대한 높은 신뢰를 보여주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높은 국민부담률과 복지지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스웨덴 국민들에게 ‘소득의 절반 가까운 높은 세금에 대해 거부감이 없느냐?’라고 물어보면, ‘내가 낸 세금이 나에게 혜택으로 돌아오는데 무슨 불만이 있겠느냐?’라고 반문한다. 그 신뢰의 밑바닥에는 행정 절차와 결과가 속속들이 공개되어 부패의 여지가 없다.

그래서 투명성이 중요하다. 투명하면 믿음이 가고 신뢰가 생긴다. 내가 낸 세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쉽게 알 수 있으므로, 국세청을 비롯한 세정 당국을 믿게 된다.

세금을 조금 올려도 거부감이 크지 않다. 경제부총리와 대통령이 나서서 “세금을 아껴 쓰고 효율적으로 썼습니다만,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복지 지출은 많아지고, 정부 재원은 부족합니다. 세금을 조금 더 걷어야겠으니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호소한다면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고 동참할 것이다.

즉, 정부를 믿어야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세금을 더 낸다. 정부를 믿게 만드는 지름길은 정부 행정과 관련된 절차와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투명하면 믿게 되고, 믿으면 세금을 더 내게 된다. 결국, 믿음이 국세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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