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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성칼럼]마음을 열고 내안에 욕망을 비우자

 

거의 매년 이맘때면 까마득할 정도로 오래된 12월의 추억이 떠오른다. 지금처럼 인터넷도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 겨울 방학은 시골이나 도시나 비슷했다. 외갓집이 있던 시골에선 마을 또래들이 모여 눈 덮인 들길을 뛰어다니다 얼어버린 논에 들어가 공을 차거나 얼음 지치는 일이 고작이었다. 그러다 땀이 식고 추위가 몰려오면 주위의 벗짚을 주섬주섬 모아 짚불을 놓고 언손을 녹이기도 했다. 학교를 다니던 서울도 마찬가지였다. 동네 빈터에 모여 흙먼지 속에서 땀을 흘리며 공을 차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이도저도 아니면 그저 동네 어귀 양지 바른 곳에 옹기종기 모여 구슬치기를 하고 어스름 해서야 흙묻은 바지 엉덩이 툭툭 털며 집으로 가곤했다. ‘어딜 쏘다니다 이제 오느냐’ 며 타박하는 엄마의 잔소리를 듣곤 했지만….

집으로 오는 길 유난히 눈에 많이 들어 온 것이 교회 십자가 꼭대기에 매달아 놓은 ‘왕별’모양의 크리스마스 트리다. 알록달록 반짝이는 전등불과 함께 일정시간켜져 있는 그 왕별을 보면 마음이 설렜다. 친구와 함께 우연히 갔던 교회에서의 추억 때문이다. 성탄절, 달콤한 사탕과 과자, 캐롤, 산타 등등. 종교적 신비함 보다는 순전히 주전부리먹던 기억이 전부지만 12월만 되면 기억이 새롭다.

설레는 마음이 더 커 진 것은 아무래도 10대 후반에서 20대 때가 아닌가 싶다. 당시엔 12월이 되면 크리스마스 캐롤이 넘쳐났다. 가게마다 트리 장식도 많았다. 지금보다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투박한 가운데서도 정감이 넘쳤다. 그런 분위기에 취해서 인지 그 시기만 되면 고등학생들은 물론 젊은이들 사이에선 크리스마스 계획(?)을 잡느라 분주하기 이를 데 없었다. 파트너를 구하느라, 장소와 비용 마련하느라 한두번 거짓말 안 해본 사람도 없다, 나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그리고 통행금지까지 풀어주는 바람에 밤새 흥청망청, 혹시나 그 대열에 끼지 못하면 큰일 나는 줄 알고 설쳐대기도 했다. 전국의 유흥가를 들썩들썩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곧바로 망년회 라는 명목으로 마치 세상이 끝나는 것처럼 전방지축 했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지금도 게면 쩍은 웃음을 띠게 한다. 군대를 가면서 줄어 들긴 했지만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애 낳고 나이들어서도 12월의 크리스마스와 송년회는 여전히 그대로 남아있다.

올해도 그 크리스마스를 향해 세월이 가고 있다. 12월의 문턱을 넘어서자마자 반짝이는 전등들이 성탄절을 알리고 있어서다. 그러면서 화려한 오너먼트로 치장한 트리들이 2014년 막바지로 향하는것 같아 가슴을 더욱 싱숭생숭하게 만든다. 살아오면서 그렇게 많이 경험했으면서도 말이다.

세상이 변해 크리스마스 캐롤도 과거보다 줄고 먹고 마시는 송년회 또한 재능 기부나 봉사 형식의 ‘착한 송년회’로 바뀌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비록 일부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성탄절과 송년회를 앞두고 '그래도 한해를 보내는데 술도 마시고 노래방에서 으쌰으쌰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썰렁할 것 같다'는 모임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예전보단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물론 정다운 사람끼리 일년의 회포를 푸는것도 좋다. 다만 그 정도가 지나치면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내일이 없는 것 같은 행동은 본인에게는 물론 주위 사람들에게도 피해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착한 송년회는 매우 바람직한 사회적 현상이다. 유난히 사건·사고가 많았고 경제적으로도 힘든 시기 였던게 올해여서 더욱 그렇다. 먹고 즐기는 것보다 좀 더 뜻 깊은 송년회를 한다는 것은 배려와 나눔의 실천이나 마찬가지다. 이같은 일을 하는 사람도 따로 있는 건 아니다. 꼭 내세우고 결심하지 않아도 가능하다. 보통 사람들이면 누구나 할수있다.직장이나 단체, 조직이 추진하면 더욱 확실히 할수 있다. 실천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연말 송년회대신 회사 동료들과 나눔 봉사 활동을 하는 것도 이러한 작은 실천이다. 마음을 열고 내 안에 가득 차 있던 욕망 덩어리를 조금 비우고 이웃을 돌아보는 배려의 마음으로 실천한다면 사랑의 온도계 눈금도 그만큼 올라갈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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