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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청와대와 대한항공 그리고 신은미

 

얼핏 보면 세 존재의 공통점이라고는 전혀 없어 보인다. 한 곳은 대한민국을 운영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는 곳이고 다른 한 곳은 국적기를 운영하는 민간 기업이며, 나머지 한 명은 종북 논란을 일으키며 대한민국 사방을 휘젓고 다니는 사람이다. 각각 이런 특성을 갖다보니 공통점이라고는 찾기 힘들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셋 사이에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고소를 남발한다는 점이다. 우선 대한항공에서 이번에 ‘마카다미아 선풍’을 일으킨 주역 조현아 씨는 과거 원정 출산 문제로 논란을 일으키며, 자신을 문제 삼은 네티즌 3명을 고소한 바 있는 인물이다. 지난해 3월 20일 조현아 부사장은 대한항공 미주지역 본부로 전근 발령을 받아 하와이로 출국했는데, 당시 조현아 부사장은 임신한 상태였고 열흘만에 쌍둥이 아들을 출산했다. 그래서 국내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조현아 부사장의 원정 출산 논란이 일었었는데, 당시 조현아 부사장은 원정 출산 논란에 비난 댓글을 단 네티즌 3명을 경찰에 고소했던 것이다.

아마도 이번 “땅콩 사건”에서 승객들의 진술과 사무장의 용기 있는 증언이 없었다면 또 다시 고소 고발을 남발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청와대 역시 고소 고발의 달인 경지에 이른 것 같다. 김기춘 비서실장은 이번에도 동아일보 기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고, 소위 ‘정윤회 문건’ 파동을 일으킨 세계일보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문고리 권력 3인방’으로 불리는 세 명의 비서관 이름을 통해 고소했다. 청와대의 고소 고발 습관은 이번 정권이 처음은 아니다.

내 기억으로는 노무현 정권 때부터 고소 고발 그리고 언론중재위에 제소하는 것이 빈발했던 것 같다. 마지막 신은미라는 사람은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신은미라는 인물이 자신을 종북이라 지칭한 언론사 방송 MC, 패널등 상당수에 대해 명예훼손 소송을 냈다는 데, 이것도 참 기가 막힌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다. 본인에 대해 어떤 비난이 일든, 만일 본인의 주장대로 “북한을 바로 알아 통일 운동에 기여”하고 싶어 한다면 그 정도는 감수할 각오가 있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말하듯이 자유 민주국가에서는 다양한 시각과 주장이 존재하는 것이 당연하다. 한마디로 신은미라는 사람을 종북으로 보는 사람도 있을 수 있는 것이고, 그 사람을 ‘통일 운동가’로 보는 이도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왜 나를 종북주의자라고 생각하느냐며 고소 고발을 남발할 필요는 없었다는 얘기다. 물론 여기서 황선과 신은미라는 사람들의 토크쇼에 인화물질을 투척한 고등학생의 행위를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의 행위는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그의 행위의 기저에는 역지사지는 없고 오직 이분법적 사고만 존재해서 고소 고발만이 난무하는 문제투성이의 세상이 있다는 사실도 부인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고소 고발이 난무하는 세상에 정치란 있을 수 없다. 정치란 특정사안이 법적 분쟁으로 번지기 전에 갈등을 조정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듯 고소 고발이 난무하는 걸 보면 정치라는 갈등 조절 수단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오직 법만이 존재하는 살벌한 사회가 된 것 같아 씁쓸하다. 법은 분명 최후의 수단이다. 그런데 최후의 수단이 마치 모든 문제의 ‘해결사’로 등장하면, 진짜 최후의 수단을 사용하려 할 때 그 수단이 마땅치 않게 된다. 그래서 오히려 더욱 극단적인 선택과 방식이 사용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렇게 되면 사회는 더욱 살벌해 질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이런 지경의 국가를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는 없다. 그렇기에 하루빨리 치유책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바로 정치의 기능회복이라는 생각이다. 그렇기 때문에 바로 그 정치를 가장 잘 이용해야할 청와대는 고소 고발을 자제하고, 억울하더라도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이 정치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이번 대한항공 사태는 정치권이 나서 명명백백히 밝힐 것은 밝혀 줘야 한다. 그래 최후의 수단이 난무하는 일을 보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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