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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성칼럼]꽃보다 아름다운 ‘마지막 여정’ 그리고 감동

 

89세의 할머니가 말한다. ‘할아버지 되요?’ 98세 할아버지는 대답한다 ‘되진 않는데 숨이 차’ 이어 할머니는 ‘겨우내 시래기 끓여먹겠네 고맙소 고마워’ 그러자 할아버지는‘고맙긴 뭐이 고마워 내 일인데’ 할머니는 웃으며 ‘내 일이래도 고마워요’ 한다. 할아버지와 겨우내 먹을 무를 갈무리하고 무청을 처마밑에 걸어놓으며 할머니가 연신 고맙다고 하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라는 영화속 장면이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그 사랑은 어떻게 유지되나. 영원한 숙제이면서 부부사이를 이야기 할 때 항상 화두로 떠오르는 말이다. 연말 이 화두를 조금이나마 생각해보고 돌아볼수 있게 하는게 이영화다. 그리고 한해가 저무는 요즘 대한민국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다.

몇 년 전 모 방송에 출연해 노부부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전했던 조병만 할어버지와 강계열 할머니의 사랑과 이별을 그린 영화, 어찌보면 특별할 것 없는 노부부의 일상이 왜 그토록 아름답고 재미나고 눈물짓게 하는 것일까. 거기엔 우리가 잃어버린 순한 것들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노부부는 서로에 대해 고마워하는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또 어딜 가든 고운 빛깔의 커플 한복을 나눠 입고 두 손을 꼭 잡고 걷는다. 늘 서로의 얼굴을 매만지며 ’예쁘다’고 말한다.

영화속엔 이런 장면도 있다. 단풍구경을 가기 위해 단장한 할아버지 저고리 깃을 여며주며 할머니는 연신 멋있다고 말한다. 장난치길 좋아하는 할아버지가 냇가에서 빨래하는 할머니에게 돌을 던지면 할머니는 깔깔댄다. 마치 사춘기 소녀처럼. 서로 머리를 곱게 빗겨주다 할아버지는 장난기가 발동해 할머니 머리를 헝클인다. 그래도 소녀처럼 웃을 뿐이다. 잠결에도 할머니 얼굴을 매만지고 머리를 쓰다듬는 할아버지의 별난 버릇이 귀잖고 잠을 못이루게 하지만 이내 내버려둔다. 사랑의 비밀이 마치 상대방이 하고 싶은 걸 받아주는 데 있다는 것처럼. 하지만 할아버지의 기력은 점점 약해져가고 할머니는 76년을 해로한 남편을 떠나보낼 준비를 시작한다. 그러면서도 ‘석 달만 더 살아요’ 할아버지와 손을 마주 잡고 그렇게 같이 가면 얼마나 좋겠소’ 라고 말한다. 진심으로 애원하는 할머니의 마음. 부부로 살아가는 이 땅의 수 많은 이들의 소원을 대신 이야기 하는 것 같아 눈물 쏟게 한다. 그러면서 부부는 평생, 인생의 동반자라고 하는데..사람이 늙으면 그래도 끝까지 의지가 되는 건 배우자라고 하는데..과연 우리도 저렇게 서로를 끝까지 이해하고 배려해 줄수 있을까를 되뇌이게도 해준다.

삶의 끝에서 잠시 머무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가족들과 또 세상과 마지막 이별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목숨’이란 영화도 유난히 이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올해 부부와 가족의 의미를 깨닫게 하며 보는 이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실제 주인공들이 삶의 마지막을 진심으로 뜨겁게 살아가는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줘 감동을 더한다.

남편의 사랑이 클수록 아내의 요구는 작아지고, 아내의 사랑이 클수록 남편의 번뇌는 줄어든다고 했다.

부부는 보이지 않는 든든한 끈으로 함께 매어진 관계이므로 항상 보폭이 같아야 하고 가는 방향도 같아야 한다. 3주 동안 관찰하고, 3달 동안 사랑하며, 3년 동안 싸움하고 30년 동안 참아낸다. 그러면서 평생을 가는 것이 바로 부부라는 말도 있다.

똑같은 것을 보면서도 서로 다른 생각과 판단을 하는 것이 인간이어서다. 영화에서 처럼이 아니더라도 아내는 남편의 마음을 읽어야 하고 남편은 아내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그래서 배우자가 싫어하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 부부는 평생, 인생의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늙으면 그래도 끝까지 의지가 되는 건 배우자여서 더욱 그렇다. 사람이 늙어서 대소변 받아내야 하는 일이 생긴다고 가정했을 때, 지금의 세상 풍조는 어떠한가. 98세 로맨티스트 할아버지와 89세 소녀감성 할머니의 이야기와 호스피스 병동 이야기가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자신과 가족 부부의 소중한 가치들로 다시 돌아오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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