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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성칼럼]복장(腹臟) 터지는 현실이 언제쯤 바뀌려나

 

대학졸업 2년차 조카가 있다. 물론 군대도 갔다 왔다. 그런데 아직 청년 실업자다. 2년 동안 여기저기 입사원서를 내 보았지만 결과는 아직 백수다. 얼마 전 입사지원서를 낸 기업에서 합격 대기자 명단을 통보해 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지금은 그나마 실낱같은 희망을 갖는 예비 실업자라 자위하는 처지지만...

그 소식 받고 가족 식사시간이 즐거워졌다는 게 동생의 전언이다. 식탁에서 위안 삼을 소재도 갖게 됐고 가족 간 대화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부연 설명도 했다. 희망이 있다는 것은 그래서 좋은 모양이다.

이런 분위기가 어디 동생네 뿐이겠는가. 실제로 많은 가정들이 자녀 취업의 여부에 따라 집안 분위기까지 좌우되는 게 현실이다. 아니 그보다는 젊은이들의일자리 창출이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는 이 나라의 모든 가정이 자식의 취업여부에 따라 그 분위기가 롤러코스터를 탄다는 게 맞는 표현일게다.

혹자는 그래서 이렇게 이야기 한다. 한 개의 일자리가 생기면 한 가정에 웃음꽃이 피는 것은 물론 그 가정의 저녁은 삶이 있는 풍요로움이 연출된다고. 그렇지만 일자리를 잃거나 나이가 차도 취업을 못하는 청년실업자가 있는 가정은 가족간 갈등이 심화되고 아침 저녁의 삶이 엉망이라고. 일자리 한 개가 주는 우리 삶의변화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청년 일자리는 이렇듯 한가정의 희망이자 절망이다. 가정뿐만이 아니다. 나라도 마찬가지다. 일자리가 있고 없고를 천국과 지옥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을 무대로 한 소설 ‘분노의 포도’ 작가 존스타인백은 ‘한 개의 일자리가 생기면 하나의 천국이 지어지고, 한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면 하나의 지옥이 나타난다’고 쓰기도 했다.

지난해 청년 실업률이 9%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사정이 이러하자 졸업생들 뿐만 아니라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도 취업을 위한 원초적 방어 본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그래서 신조어도 생겨나고 있다. ‘노대딩(노땅 대학생’) ‘취준생(취업준비생)’ 또는 NG(No Graduation)족’ 등등. 장기간의 경기침체와 취업난으로 인하여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이 궁여지책으로 졸업유예를 선택하면서 붙여진 이름들이다.

숫자도 장난이 아니다. 그래서 이들의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도 눈물겹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144개 대학 중 121개 대학이 졸업유예제를 실시하고 있다. 각 대학에서 이같은 제도를 이용하는 학생수가 지난해 1만4천900여명이나 됐다고 한다. 2011년 26개교 8천200여명에 비해 거의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누계로 본다면 전체적으로 거의 10만 명에 이른다. 갈 곳을 찾지 못해 비정상을 정상처럼 활용하는 고부가가치 잉여자산의 수치가 이 정도라니 놀랄 뿐이다.

이유들은 다 있다.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면서 취업에 필요한 스펙을 쌓고 비싼 등록금을 추가로 내면서 재학생 신분으로 대학의 시설과 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최대한 이용, 취업의 기회를 노린다는 나름의 전략이 그것이다. 따라서 대학도 몸살이다. 학사관리비용의 증가와 재학생들의 상대적 불이익 때문이라고 한다. 해서 나온 자구책이 수강을 강제하거나 등록금을 납부하는 경우에만 재학생 신분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라고 한다. 가뜩이나 의기소침해져 있는 취업준비생들에게 용기와 힘을 보태주지는 못할망정 이들을 학교 밖으로 내모는 대학의 현실, 지성을 추구해야할 대학이 커다한 취업 전쟁터로 변한 꼴이다.

삶의 질이 향상되려면 결국 일자리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청년들 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적용되는 말이다. 일과 소득이 없는 사람에게는 가족은 부담이며 어두운 절망의 연속이다. 그런데도 청년들에게 용기를 내라, 세상을 향해 꿈을 가지라고 위로하고 격려하는 일은 위정자와 무개념 기성세대들의 사치다. 대학 졸업시즌이 채 한달도 남지 않았다. 당사자와 부모 복장(腹臟) 터지는 현실이 언제쯤 바뀌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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