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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경기학회가 만들어질 봄을 기다리며

 

며칠 전 늦은 저녁 시간에 수원 경수대로 변에 있는 한 연구소 회의실에 경기학(京畿學)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모였다. 열 내지 스물 명 정도의 소모임이라 생각하고 참석했던 사람들은 회의장에 들어오면서 약간 놀라는 눈치였다.

참석자 중의 한 사람이 말하였듯이 요사이처럼 바쁜 세상에 하나의 이슈를 가지고 40명이나 되는 연구자들이 모였기 때문이다. 대학 교수, 정부 출연 연구기관 연구원과 공무원, 기업인에 이르기까지 모인 사람의 직업은 매우 다양하였다. 연령도 20대 대학원생부터 60대 학자까지, 전공도 인문학·사회과학·자연과학·예술학에 이르기까지 여러 학문 영역에 걸쳐 있었다. 경기도 사람만이 아닌 서울을 비롯하여 멀리 충청북도에 사는 연구자까지 모였다. 이날 개인적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한 이들까지 포함하면 100여 명이나 되니, 경기학이라는 주제가 큰 이슈임이 확인되는 자리였다.

모임은 그동안 경기학 연구 성과에 대한 발표가 있은 후, 참석자들이 평소 생각하던 경기학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현재의 시점에서 경기학의 학문적 정립과 이를 연구하기 위한 학회가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였다. 앞으로 몇 차례 모임을 더 가지고 보다 많은 연구자들의 참여와 경기학 연구 방향에 대한 논의 후 경기학회를 창립하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그동안 경기학 연구는 크게 두 가지 흐름이 있었다. 하나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는 지역인문학이다. 지역의 정체성을 밝히고 지역의 역사문화 자원을 콘텐츠로 활용하는 연구이다. 또 다른 흐름은 지역 사회의 현 상황을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찾는 지역 정책학이다. 그동안 이 두 흐름은 학문적 기반과 관심사가 다르기에 같은 지역에서 활동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상호 교류 기회가 거의 없었다.

경기학은 경기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통합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

경기학은 경기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현재는 과거의 결과이다. 미래는 오늘 이후 우리와 우리 후손들이 살아갈 것이기에, 우리가 만들고 싶은 미래상에는 우리의 철학과 꿈, 희망이 담겨 있다. 우리가 미래를 어떻게 꿈꾸느냐에 따라 과거에 대한 정리와 현재 당면한 문제의 해결 방향이 달라진다. 그래서 경기학은 상대적으로 과거와 현재에 관심을 가진 인문학과 현재, 미래에 관심을 가진 사회과학, 그리고 시공을 초월하는 자연과학과 예술학이 같이 만나 통합적으로 연구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경기학 연구 초기 단계는 공동의 연구 주제를 설정하고 각 학문 영역이 같이 연구하는 학제간 연구로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나 경기학이 도달해야할 이상적인 지점은 한 명의 학자의 머릿속에서 통합적인 학문 기반 위에 통합적인 방법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 지금의 학문체계에서는 쉽지 않겠지만.

경기학은 정책학적 성격이 강하다. 지역의 현실적 과제를 학문적으로 연구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지역학의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역의 요구에 부응한다고 해서 지역의 이해와 지역의 관점에만 몰입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경기학, 나아가서 지역학은 글로컬 학문이 되어야 한다. 지역의 문제를 한국사회와 세계 전체의 문제와 연결해서 바라보아야 하고, 한국 사회와 인류 문화 전체와의 공생과 공영을 기반으로 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날 모임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경기학의 두 가지 큰 학문적 흐름이 만났기 때문이다. 상대의 학문 경향을 잘 모르는 것은 물론이고, 개인적인 교분도 별 없었던 두 그룹이 만났다. 세상의 많은 일들이 사람들 간의 만남에서 시작된다. 이날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만났으니 앞으로 경기학, 지역학이 새로운 차원에서 연구가 활성화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날 모임에서 참석자들은 주변의 경기학에 관심 가진 이들에게 연락해서 다음 모임에 같이 만나기로 했다.

다음 모임이 기대된다. 올 상반기 중 경기학 연구자들의 모임인 경기학회가 만들어질 것 같아 따뜻한 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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