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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삼한사미(三寒四微)’… 비서시장, 6공주

 

‘삼한사미(三寒四微)’. 수천년을 내려온 우리의 겨울 ‘삼한사온’을 바꾼 신조어다. 심술부리는 추위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요즘 세태에 이만큼 적합한 말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절묘하다.

다사다난이란 말 외에는 표현할 수 없던 지난 연말연시,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대형 사고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릴 틈도 없이 인간의 탈을 쓴 악마들의 범죄소식과 수없는 정쟁, 암투가 진저리치게 했다. 비명과 선혈이 낭자한 아픔 한복판도 모자라 온갖 추태와 잡음이 중앙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쏟아지고, 정치권만 느끼지 못하는 살을 에이는 물가상승의 칼날과 실업, 수개월치씩 밀린 월급에, 또 서민과 직장인의 주머니를 털어간다는 증세 논란까지.

가뜩이나 척박한 기운에도 지치는데 ‘오늘 하루를 살으셨습니까?’란 인사를 건네야 하는 일상은 바야흐로 삶의 공포 그 자체인데 국민의 안전과 외국인의 인권을 둘러싼 논란은 황당하기 짝이 없을 지경이다.

이땅의 국민으로 산다는 것은 또 얼마나 많은 인내와 책임을 요구하는지, 솔직히 가끔은 국민의 자격이란 것을 조용히 내려놓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법도 한데 우리의 이웃들은 얼마나 애국적인가.

그런데도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고 아직도 망둥이가 뛰면 꼴뚜기도 뛴다고 여기저기서 제잘났다고 날뛰는 것들 천지다. 어찌나 많은지 눈꼴이 시어서 일일이 대꾸하기도 힘들다. 가뜩이나 고단한 일상에 이같은 추태는 또 얼마나 소모적인지, 제발이란 탄식이 되풀이된다.

20년이 넘은 지방화시대에도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권력은 여전히 중앙의 잔뜩 움켜쥔 기득권을 비집고 나오기도 벅차고, 지방과 도시의 발전에 대한 요구는 거지동냥에 마치 선심쓰듯한 작태에 기어코 배알이 틀어지게 만든다.

지방이라고 별 다른가. 정권교체의 전리품 싸움이 6개월이 지난 지금도 곳곳에서 선혈이 난자하고, ‘행정은 정치를 이기지 못한다’는 자신들의 말이 무색한 정치인보다 더 정치적인(?) 공직자들의 ‘측근’들에 대한 암투와 모사가 연일 치열하게 진행 중이다.

게다가 ‘세상은 라인(line)’이라는 만고불변의 진리 역시 여전하다. 물론 1990년대 이후 타 지역 출신의 공직 입성이 대세를 이루면서 기존의 악폐로 꼽혔던 학연에 혈연, 지연은 뒷전으로 밀린지 오래다. 이미 그 자리는 함께 근무한 부서, 연구모임, 교육 및 여행동기 등등등 무수한 줄들이 새롭게 자리를 채운지 오래다. 그렇게 생겨난 잡다한 지리멸렬의 추태들이 호시탐탐 기회만 엿다보가 정권만 바뀌면 새로운 실세로 등극하고,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출처도 모르는 ‘살생부’에 애꿎은 희생자가 속출한다. 이미 바지저고리로 전락한 그들만의 ‘나으리’만 모르는 ‘국장은 길고 시장은 짧다’는 말은 그래서 여전히 유효하다.

오죽하면 ‘상왕’도 모자라 ‘비서시장’에 ‘6공주’, ‘신6공주’까지 판을 친다니, 한줌꺼리도 되지 않는 자칭 공직내 실세와 비선이라는 작태를 용인하는 선출직에 대한 원성이 벌써부터 하늘을 찌른다.

그럴만도 하다. 자고 나면 충언하는 이가 ‘실세’의 사주를 받은 ‘6공주’의 여론공작에 죽일놈으로 추락해 ‘인민재판’을 받고, ‘표적감사’, ‘마녀사냥’까지 비일비재한 판이니 안 그런게 오히려 더 이상한 현실이다.

경기도에서는, 수원이나 용인에서는 그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기만을 노심초사 기대할 뿐 딱히 한표를 행사한 시민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도 없다.

그러나 한순간도 잊지 말고 명심하라. 평범한 이웃과 이웃들의 나라사랑하는 마음이 험한 공기와 서슬퍼런 공포, 마른눈물의 애환에도 변함없이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힘이라는 분명한 진실을. 그리고 그 진실 앞에 한없이 겸손하고 또 겸손해도 부족하다는 진리를. 또 언제나처럼 반드시 새벽이 밝아온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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