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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성칼럼]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지만…

 

엊그제 새해 덕담을 나눈 것 같은데 벌써 2월이다. 만물이 얼어붙고 매서운 찬바람이 기승을 부린 깊은 겨울 한가운데에서 그 새 입춘을 맞았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다. 남쪽 지방에 홍매화가 꽃망울을 터트렸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도 오래 됐다. 매년 입춘을 앞두고 꽃피웠는데, 올해는 열흘 이상 앞당겨 피워서다. 시일이 빨리 지나가며 계절 또한 한발 앞서는 것 같아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한다.

‘입춘 추위는 꿔다 해도 한다’라고 했던 속담이 요즘 같으면 거짓말 같다. 연일 영상의 날씨가 계속되면서 벌써 봄빛도 보인다. 언제 닥칠지 모를 입춘 한파를 생각하면 아직 마음속 겨울은 녹지 않은 듯하지만 이 또한 금세 녹아내릴 것이다. 입춘이 지나고 ‘오는 사랑을 숨길 수 없는 것’처럼 봄도 성큼 우리 곁에 다가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봄은 온다고 하는데 마음은 왠지 무겁다. 입춘이라 묵은 때를 훌훌 털어 버리고 새로운 각오를 다지려 해도 그것 또한 쉽지 않다. 살다보면 생기는 것이 우리 마음속의 먼지다. 특히 우리가 미처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집안 구석구석 뽀얗게 먼지가 쌓이는 것처럼, 우리들 마음에도 이런 저런 좋지 못한 먼지가 쌓여 더러운 때가 덮인다. 세상사는 일이 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미워할 까닭이 없는데도 미워하고, 시기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데도 남의 일에 질투한다. 남보다는 나를 우선으로 하고 내가 상대방에게 해준 것도 없으면서 상대가 나에게 해주지 않는다고 원망도 한다. 인간관계도 배려보다 욕심을 앞세우며 귀찮은 일이면 무조건 피하고 싶어 한다.

이렇게 쌓인 마음속의 먼지들이 우리에게는 얼마나 많은가. 아마도 세상을 살아온 연륜만큼 켜켜이 쌓여 있을지도 모른다. 지난해 말에 털어버리고 올해를 시작했는데도 여전히 수북이 쌓였으니 말이다. 어디 그뿐인가. 계절이 변해 입춘이 왔지만 세상은 변한 것이 없어 새로운 각오로 맞을 자신도 없다. 입춘(立春)이란 말처럼 봄을 세우는 자세와 준비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연초 올 일 년도 생활이 ‘불안할 것이다’를 화두로 꼽는 사람들이 많았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불안은 언제나 우리 곁에 찾아오게 마련이지만 지난해 겪은 많은 슬픔과 고통이 올해도 나아질 기미가 없어서였다. 그리고 예상은 현실로 이어지고 있다. 적어도 1월 한 달을 보낸 지금으로서는 말이다.

새해부터 공무원연금법 개정 여부가 전국을 흔들더니 연말정산 문제가 국민의 마음을 멍들게 했고 복지에 발목 잡힌 정부는 세원 마련을 위해 각종 세금인상을 추진, 서민들의 복장을 터지게 만들었다. 또 크고 작은 복지 현안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막기에 급급했다.

특히 현안 대부분이 국민의 주머니를 털어야 가능한 일이지만 주체인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듯 정부의 소신은 실종됐고, 정치권은 지지층의 눈치를 보느라 가재미눈이 되어 버렸다. 그 사이에 크고 작은 사건·사고는 끊이질 않고. 1월의 사정이 이러 했으니 국정의 보루라고 하는 청와대가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리 있겠는가. 대통령의 지지도가 역대 최하위를 기록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봄을 제일 먼저 맞이한다는 농촌은 더 몰골이 말이 아니다. 축산농가의 생명이나 다름없는 소와 돼지, 닭들이 죽어나가고 방역을 한다고 했지만 ‘조류인플루엔자’ ‘구제역’ 바이러스들은 더욱 기승을 부렸기 때문이다. 이젠 개까지 AI에 감염되고 있다니 할 말조차 없다. 지방정부의 초기 대응 미숙과 안일한 대처, 중앙정부와 닮은꼴이다.

자연의 질서와 섭리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우리들에게 입춘은 새 희망의 절기이다. 때문에 ‘입춘이니 이제 닫힌 가슴을 열라’고 이야기 한다.

그러나 지금 같은 심정이면 호사가 아닐 수 없다. 마음은 여전히 한겨울이고 지난해부터 얼어버린 마음은 녹을 기미가 안 보여서다.

따라서 마음의 창문을 연 뒤 묵은 먼지들을 훌훌 털어내고 예년엔 경험해 보지 못한 아름다운 봄 풍경을 맞이해 보고 싶지만 올해는 어렵겠다. 작년에 이어 어김없이 입춘이 찾아왔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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