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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2016년 수원화성 활용 고민이 필요하다

 

오랜 된 케케묵은 논제다. 개발 대 보존 또는 활용 대 관리. 세계문화유산을 둘러싼 가장 흔한 논쟁이다. 그러나 또 다른 논쟁의 중심은 양자택일의 사회적 갈등 조장이다. 최근 풍납토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둘러싼 서울시와 문화재청의 대립에서도 이와 같은 갈등은 드러났다. 갈등은 비단 등재를 둘러싼 양 기관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등재가 완료된 후 시민들이 중심에 있다는 것이다.

도시 확장에 따라 과거의 유산은 시민의 생활권에 위치하고 있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 인근 생활권은 재산권 행사의 어려움을 겪고 지역공동화, 원도심(原都心)으로 변모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문화유산이 활발하게 활용되어 발생하는 부가가치가 시민들에게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경우를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가 없다.

세계문화유산 취지에 따라 인류를 위해 현저히 보호하여야 하는 보편적 가치가 있다 하더라도 꼭 유산으로 등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아야 한다. 현재도 많은 지자체에서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그 과정이 등재와 성과라는 이분법적 잣대로만 이루어지고 있다. 등재가 우선이 아니라 등재 이후에 활용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하고 갈등 당사자 간 소통과 해결책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상황과 여건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세계문화유산을 활용한 외국의 사례를 보자.

중국 항주(杭州)에는 서호(西湖)라는 세계문화유산이 있다. 서호는 세계문화유산보다는 장예모 감독의 인상서호(印象西湖)라는 대형오페라의 공연장으로 더 유명할 수 있다. 인상서호는 중국 항주 정부가 관광객 체류기간 연장을 위해 장예모 감독에게 의뢰하여 탄생한 인상시리즈 작품 중 최고작품으로 평가된다. 세계문화유산 서호를 공연장으로 주변시설과 실경을 활용하여 조명, 음향, 특수효과가 결합된 작품이다. 약 400명이 출연하는 지구촌 최대 수상공연으로 연간 약 30만 명이 관람하는 문화관광상품의 전형으로 평가되고 있다. 더더욱 공연에 참가하는 공연단 400여명 대부분은 지역주민으로 낮에는 생업에 종사하다 밤에는 공연단으로 변신한다. 야간공연 특성상, 연간 30만 명의 관광객이 체류 특히, 숙박관광객으로 연계되어 관광수입 증대와 함께 지역의 선순환 경제로 이어진다.

영국 남서부에 위치한 바스(Bath) 또한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지역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연중 영국 및 유럽전역 여행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관광도시이기도 하다. ‘목욕’을 뜻하는 영어단어가 이 도시 이름에서 유래했을 정도로 그 명성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18세기 중세시대 영국 상류층들이 즐겨 찾는 대표적인 온천 휴양지를 보존, 활용하여 년간 100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관광명소가 된 사례도 볼 수 있다.

수원시는 ‘2016 수원화성 방문의 해’를 준비하고 있다. 방문의 해는 2001년 한국방문의 해를 시작으로 2004년 강원도부터 2013년 부울경(부산, 울산, 경상남도)을 마지막으로 광역지자체 중심으로 추진되었다. ‘2016년 수원화성 방문의 해’는 그동안 추진되었던 지역이라는 물리적 공간이 아닌 수원화성이라는 문화유산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동안 진행되었던 관광 인프라 조성과 관광객 모객이라는 기존 방문의 해의 틀과는 다른 구조다. 과거 지역방문의 해가 지역홍보, 관광객 모객을 위한 한시적 이벤트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였다면 ‘2016 수원화성 방문의 해’는 문화유산, 수원화성의 정신적·물리적 특성이 반영된 다양한 상시 콘텐츠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콘텐츠를 준비하는 동안 ‘활용 대 관리’에 대한 또 하나의 과제가 부여될 것이다. 이 2가지 개념은 일방향적 관점에서 가치를 평가할 수 없다. 그러나 그동안 복원과 관리에 치중하였다면 방문의 해를 준비하면서 활용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당사자들 간 갈등이 예상되지만 합리적인 접근과 더불어 그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지역 주민들을 직간접적으로 보듬어 줄 수 있는 방문의 해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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