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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대통령의 생각 대통령의 인선

 

듀얼 레지티머시(Dual legitimacy)라는 용어가 있다. 이는 의회를 구성하는 의원들도 국민들이 직접 뽑고, 대통령도 국민들이 직접 선출해서 입법부와 행정부의 수장이 동시에 국민적 정통성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용어다. 이렇듯 이중적 정통성이 있기 때문에 의회는 행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이유에서 의원들을 헌법기관으로 부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요새 대통령의 인사를 보면 이런 이중적 정통성에 대한 인식이 올바르지 않은 것 같아 걱정이다. 지난번 인선을 할 때는 두 명의 새누리당 의원들을 추가로 장관으로 임명해서 모두 6명의 새누리당 의원들로 내각을 꾸리더니, 이번에는 청와대 정무특보로 3명의 새누리당 의원들을 기용했으니 전부 9명의 의원들이 행정부와 국회에 양다리를 걸치게 됐기 때문이다. 이런 인사는 대통령제의 근간인 3권 분립과 견제와 균형이라는 원칙을 훼손하는 일임은 분명하다. 그래서 대통령은 과연 여당 의원들의 존재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가 궁금해진다. 이렇듯 9명이 되는 여당 의원들을 행정부에 옮겨 놓은 것을 보면 대통령은 혹시 이들 여당 의원들을 국민이 직접 선출한 헌법기관이 아닌 자신의 부하 정도로 인식하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지기 때문이다. 만일 대통령이 이들 의원들을 자신의 부하직원 정도로 생각한다면 이는 스스로 정권의 위기를 자초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이런 박근혜 대통령의 인선은 대통령의 의중을 읽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도 사실이다. 즉, 여당인 새누리당은 어차피 비박계 의원들이 지도부를 차지하고 있으니, 행정부를 친박으로 꾸려 행정부를 통해 직접 정권을 꾸려가겠다는 생각을 대통령이 갖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얼마 전에 있었던 당정청간의 회동은 의미를 둘 수 없게 되고, 여당은 여당대로 행정부의 정책 추진 혹은 정권차원의 통치행위에 반기를 들 수 있는 상황이 점점 더 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대통령 비서실장 인선이 더 문제라고 하지만 이런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대통령 비서실장이라는 자리는 그야말로 비서 자리여서 대통령이 원하는 인물을 앉히면 그만인 것이다. 그 인물이 과거 국정원장이었든 총리였든 그것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래서 이번 이병기 신임 비서실장의 인선에 대해서는 왈가왈부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신임 비서실장의 일성은 문제라는 생각이다. 이병기 신임 대통령비서실장은 “더욱 낮은 자세로 대통령과 국민의 소통의 가교가 되고,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과 정부와도 더욱 활발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는데, 이런 자세는 문제라는 것이다. 대통령 비서실장은 대통령을 대신해 국민과의 소통을 하거나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를 바꾸는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비서실장은 문자 그대로 비서실장일 뿐이다. 그래서 대통령을 그늘에서 보좌하며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올바른 비서실장의 역할일 것이다. 가장 훌륭한 비서실장은 국민이 기억하지 못하는 비서실장이라는 말은 이래서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관심을 갖는 국가 중의 하나인 미국이나 중국의 대통령 혹은 국가 주석의 비서실장 이름을 아는 이들이 그리 많지 않은 것도 같은 이치다. 그런데 이런 자리에 오른 인물이 대통령과 국민간의 소통에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일성을 밝힌 것은 잘못된 역할 인식이라는 생각이다. 그리고 만일 대통령이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고치려하지 않고 비서실장을 통해 보완하려 한다면 이 역시 큰 잘못이라는 생각이다. 여기서 대통령이 꼭 명심해야할 부분이 있다. 정권 차원의 모든 행위의 책임은 결국 대통령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어떤 인물도 대통령을 부분적으로나마 대신 할 수 없고, 오직 제도와 법만이 대통령의 책임을 덜어줄 수 있다. 그래서 대통령이 스스로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법에 입각해서 행동하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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