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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칼럼]자신에게 말하는 시대

 

누군가를 향해 말하는 시대에서 자신에게 말하고 자신의 변화를 꾀하는 시대가 미래의 비전입니다.

누구나 말을 합니다. 인간에게 말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말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전설이 있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바벨탑의 이야기입니다. 하늘에 오르고 싶은 욕망을 갖게 된 인간은 탑을 쌓아 오르려고 하였습니다. 사람들은 이전에 노아의 홍수를 경험하고는 탑을 쌓는 벽돌과 벽돌의 사이에 역청이라는 방수 물질을 발라 놓았다고 합니다. 노아의 홍수처럼 큰 비가 오더라도 벽돌이 물에 풀려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신은 “다시는 물로 심판하지 않겠다”는 자신의 약속을 불신하는 인간들에 대하여 괘씸하게 생각하고는 탑을 무너뜨렸습니다. 또한 인간들의 언어를 서로 다르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탑을 쌓으려고 하여도 말이 서로 달라 충돌이 발생하여 더 이상 탑을 쌓을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언어가 서로 달라지면서 민족으로 분리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이라는 탑을 쌓는 우리를 돌아봅니다.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발전한 세계 유일의 국가가 바로 대한민국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더할 수 없는 풍요와 상대적(?) 빈곤으로 사회의 여러 문제 앞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있습니다.

6·25 전쟁 후 전쟁의 폐허 속에서 우리는 무에서 유를 창조했습니다. 과도한 성실과 근면은 기본이고, 나를 돌보지 않은 희생이 바탕이 되었습니다. 외화벌이를 위해 간호사로 독일에 가서 일을 했고, 뜨거운 사막에서 건설노동자로 일했으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미싱대에 앉아 일을 했습니다. 배고픔을 벗어나기 위해 밭을 갈고 땅을 일궈 열심히 농사도 지었습니다. 모두가 잘살아 보자고 피땀 흘려 열심히 일한 결과가 오늘의 대한민국의 밑바탕입니다.

오늘의 현실은 어떨까요? 하나의 욕구는 나무가 가지를 뻗듯 수많은 욕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사회통합을 외치는 정치인들은 “공무원들의 연금을 수정해서라도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 “부자에게 감세하며 복지가 후퇴되었다.” “부자에게 증세하면 투자가 적어지고 그러면 경기가 더욱 위축 될 것이다.” “OECD 국가 중 부자나 기업에 이렇게 세금이 적은 나라가 있는가? 부자만을 위한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라며 서로의 주장을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자기가 내놓는 해법이 가장 좋은 답이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상대가 인정하지 않는 정책은 이제는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서로가 함께 하지 않고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사회가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사회입니다. 서로 갈라진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야 할 책임이 있는 정치인들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른 요구만 목 놓아 외칠 뿐 서로 다른 현실을 고려한 공동의 목표를 만드는 데는 실패하고 있습니다. 정치에 대한 떨어진 지지율은 ‘정치 실종’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나를 따르라는 시대는 갔습니다. 하나의 이념이 우리를 이끌던 시대도 갔습니다. 다양성의 실타래를 서로 아름답게 엮어야 하는 시대가 우리 앞에 놓여있습니다. 함께 공존하는 시대는 남에게 말하는 것을 자신에게 말하고, 내가 말하기에 앞서 듣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자는 말을 떠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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