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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새롭지 않으면 ‘감동’을 주지 못한다

 

문화 예술에 있어서 ‘진화’라는 것은, 어느 날 납자기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작은 필연을 정성껏 쌓아올린 곳에만 일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많은 시간이 흘러야 만이 문화 예술을 통해 주변부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 만큼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집행되어야 하는 것이, 문화 예술의 정책이기도 하다. 그동안 많은 문화 예술시설을 찾아가서 그 주변부들을 살펴보면서 느낀 소회이다.

문화시설을 벤치마킹을 할 때, 처음에는 관계자들을 만나지 않는다. 관계자의 얘기를 듣다보면 그 시설의 한 단면만 보기 때문에, 내면을 알 수가 없고 그 겉만 보면 그 문화시설이 그 지역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사들의 추천이나 관련된 서적을 통한 평판 그리고 정보를 통해 문화시설을 방문하고 그 시설을 주변으로 지정학적인 장, 단점을 분석하면서 주변 주택가를 중심으로 살핀다. 대부분 여기에서 그 문화시설이 가진 문제점이 표출된다. 대부분의 그 문화시설이 갖고 있는 역할을 생각하지 않고 지어진 경우가 그 문제점의 근간이다. 그래서 주변의 주민들에게도 그 위치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존재감이 미약하다.

그리고 충분히 벤치마킹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이 되면, 그 다음의 방문에는 반드시 그 문화시설의 행정과 접촉한다. 행정과의 균형과 문화시설이 갖고 있는 창조실로서의 융합을 살핀다. 그 다음의 방문에는, 문화 콘텐츠 전문직 관계자들을 만나 그들이 이끌고 있는 문화시설의 지금까지 ‘진화’시키고 있는 콘텐츠를 살피고, 자료를 담당자에게 요청을 하고 분석에 들어가고, 마지막에는, 수요자들인 관객들 속으로 들어가 진정으로 그들이 그것을 즐기고, 그 지역의 문화시설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지를 살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준에 의해 ‘선택과 집중’을 해서 살펴볼만한 좋은 모델이 될 만한 문화시설은 그렇게 많이 않았다.

‘살아 숨 쉬고 있는 문화시설’에 대한 갈망 때문에, 참으로 많은 문화시설을 방문했다. 지역지도를 달랑 하나 들고 지역민들이 그 지역의 문화시설에 대한 평가도 들어보고, 저녁에 그 근처의 카페에 들러 주인이 생각하는 그 문화시설에 대한 ‘존재감’도 물어본다. 그러나 대부분이 무관심이다. 어떤 경우에는 지역민이, 문화시설이 바로 눈앞에 위치해 있음에도 어디에 있는지 조차 몰라서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지역에서 존재감을 가지고 있는 문화시설은 확연히 달랐다. 매달 한 번씩 문화시설 옆 공원에서 피크닉 콘서트를 연다던지, 전철역 로비에서 근처 음악당에서 주관하는 로비 음악회를 열어서 지역민들과 예술의 심리적인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던지, 문화시설의 예술감독이 자신에 의해 기획되어진, 일관된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지역민들에게 문화시설과 콘텐츠의 그 존재감을 공유하고 있다 던지, 한 여름철 광장을 활용해 그 지역의 성악가들, 주민들이 참여하는 지역 밀착 시민 오페라를 개최하여 지역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야외 프로그램을 선보인다든지 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문화시설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어느 문화시설에서 개최되는 국제음악제의 예술감독은, 축제 기간에 매일 근처의 술집을 돌아다니면서 지역 상인들과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그 음악제의 진정한 가치들을 지역민들과 공유하고 있었고, 그가 찾은 가게는 그와 함께 찍은 지역 주민들과의 사진들로 가득했다. 감동이었다. 지역 출신 예술가가 아닌 그는, 이러한 방법을 통해 지역민들과 접촉하고 있었다. 또한 한 지역의 연극인들은, 지역민들과 함께 비닐하우스에서 딸기 재배를 하고, 연극제 기간에는 비닐하우스를 운영하는 농민들이 자연스럽게 참여하여 후원자가 되도록 하는 모습도 지켜보았다.

늘 그들이 하는 것들이 새로 왔기에 신선했고, 바로 이것이야말로 새로운 접근방식을 통해, 문화 예술의 심리적인 거리감을 좁히는 예술가들의 노력으로 기억되고 있다.

요코하마 ‘반카트(BankART) 1929’는, 전시, 콘서트, 연극, 무용 공연을 주로 하고 그리고 스튜디오 내에 카페도, 연중무휴로 운영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수십 회를 방문했지만, 갈 때마다 모든 공간이 끊임없이 변화하면서, 진화하고 있었다. 그래서 위치 면에서는 불리하지만,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는 요코하마의 문화시설 명소가 되었다. 늘 새롭게 변화지 않으면 ‘감동’을 받지 않은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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