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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관이 현명해지지 못하게 되는 까닭은

 

“관(官)이 현명해지지 못하게 되는 까닭은 민(民)이 제 몸을 꾀하는 재간을 부리고 관(官)에 항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말은 다산 정약용 선생이 목민심서에서 하신 말이다. 관(官)의 부당한 요구가 있다면 일방적으로 수용할 것이 아니라 정당하게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는 취지일 것이다. 맞는 말이다. 사회의 모든 면에서 부당한 일에 대해 항거하고 문제를 제기해야 빨리 고쳐지는 게 사실이니까.

하지만 한번만 더 생각해 보면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개인이 용기를 가지고 엄청난 부담을 안아야한다는 점이 간과되어 있다. 관직에 있는 정약용 선생이야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게 맞지만 민초의 입장에서는 -그것도 서슬 시퍼런 관아들이 눈을 부라리고 있는 타락한 조선사회에서는- 비록 잘못된 일이 있더라도 그런 불평불만을 대놓고 말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얼마나 많은 계란이 바위에 부딪쳐야 바위가 깨지는가를 대충이라도 짐작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무모한 짓을 쉽사리 하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암행어사가 필요한 것이 아니었을까? 일반 관리들과는 다르게 각 지역을 돌며 민(民)이 부당하게 어려움을 겪을 때 이를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해 줄 필요가 있어 만들어졌을 것이다.

경기지방중소기업청에서도 그동안 기업활동에 불편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의 크고 작은 애로를 해결해 주고자 열심히 노력했다. 지난해, 경기중기청에서는 중소기업 규제·애로 총 207건을 발굴한 바 있다. 이중 현장애로를 담당 지자체나 기관들과 협의하여 약 109건을 해결해준 바 있고, 현장에서 즉시 해결되기 어려운 약 98건의 법령 개정 등을 요하는 사안 등에 대해서는 해당부처를 대상으로 법령 개정 등을 요청했으며 이 중 34건이 ‘수용’된 바 있다. 숫자가 그리 많은 것은 아니지만, 특히 우리 청이 발굴한 손톱밑가시의 상당수는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기업이 직접 규제기관에 말하기 어려워하는 것을 여러 경로를 통해 간접적으로 발굴한 것이라는 데 나름대로 의의가 크다고 생각한다. 아마 그런 공로가 인정되어 우리 청 담당직원이 ‘대한민국 공무원상’을 수상해서 대통령께 직접 훈장까지 받은 것이 아닌가 한다.

엊그제는 지인을 통해 해당 법규상 아무런 문제가 없음에도 정약용선생님 표현을 빌면 ‘관에 항의하지 않은’ 한 업체의 딱한 사정을 전해 들었다.

이 회사는 사업장 주변으로 도로가 여러 갈래로 생겨서 맹지가 되어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 개발제한 구역의 해제 대상지역에 해당됨에도 불구하고 그 신청을 지자체에 감히 무서워서(?) 못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지난 2014년 6월10일에 국토부에서는 개발제한구역해제를 좀 더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했음에도, 개인은 개발제한구역의 지정해지를 입안할 권리가 없고 지자체만이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보니 지자체 담당 공무원 눈치를 보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그런 딱한 사정이었다.

비공식적으로 알아보니 담당자 입장에서는 한사람을 위해 도시계획을 변경하다가 특혜시비에 휘말릴 우려가 있어 꺼리는 것 같았고, 해당 업체 입장에서는 규정상으로는 신고로 운영되는 행정절차이지만 허가와 완전히 동일하게 운영되는 현실을 아는 이상 쉽게 개발제한 구역을 해제해 줄 것을 주장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필자는 자주 우리 청 직원들에게 우리가 말 못하는 ‘백성’들의 억울함을 찾아 해결해주는 조선시대 암행어사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하며 그렇게 하려면 암행어사처럼 기존 ‘관리’들의 눈치를 봐서는 안 될 것이고, 또한 ‘백성’들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느끼고 이를 해결해주고자 하는 의지와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곤 한다.

금년에도 중소기업이 현장에서 느끼는 말 못할 애로를 많이 찾아서 발굴하고자 한다. 독자여러분들께서도 이런 사례를 아신다면 경기지방중소기업청 규제개선 담당자에게 연락해 주시기를 바라며, 또한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많은 일선 공무원에 대해서도 따뜻한 격려의 마음을 가져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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