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성명진
뱀이 숟가락 모양의 대가리로
새 새끼를 무는 그 순간
어디서는 아이가 기다랗게 똥을 누었는데
똥이 부처님 모양으로 앉아 있었다 또 어디서는
콩벌레가 콩처럼 숨어 큰 짐승이 지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한 어미 개가 새끼를 나면서 죽어 가고도 있었다
하늘이 잠시 잠깐 퍽 환한 빛을 드리웠는데
아무도 알지 못했다
다만 삶에 애쓸 뿐 알 것 없었다
-시집 『그 순간』(2014)
먹고 싸는 건 사람이나 짐승이나 기본욕구다. 생체리듬이다. 약자가 강자에게서 살아남는 방법은 보호색이나 보이지 않게 숨는 방법 등 나름 해결책을 찾아 살아간다. 생과 사가 빗겨가고 가슴 아프고 기쁜 일이 한순간에 이뤄지기도 한다. 이것은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이치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참사가 있었던 그 시간에 대한 의문이다. 책임자는 그 시간에 어디에서 무엇을 했나. 무엇하나 명쾌한 답이 없다. 그 오랜 순간 우리나라 국가시스템은 불통이 아닌 먹통이었다. 황당한 일이다. 우리나라의 안전문제는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었다. 우리가 몰랐을 뿐이다. 하늘이 잠시 퍽 환한 빛을 드리웠지만 아무도 알지 못했다. 다만 그들은 그들의 삶에 애썼을 뿐 정말 알 것이 없었을까. /김명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