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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조합장 선거는 끝났지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조합장 선거가 어제 끝났다. 조합장에 당선된 사람은 기뻐하겠지만 당선되지 않은 사람은 벌써부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선거 방식과 제도의 미비를 탓하는 소리도 들린다. 그런가 하면 득보다는 실이 많은 직접선거를 굳이 치러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아무튼 선거는 끝났지만 개운치 않아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지역에서는 농협 161곳과 산림조합 15곳, 수협 1곳 등 모두 177곳에서 선거가 치러졌다. 어제까지 이번 조합장 선거와 관련해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사람은 무려 105명이나 된다고 한다. 해서 이번 선거를 ‘막걸리 선거’니 ‘고무신 선거’니 혹은 ‘깜깜이 선거’니 하면서 우리의 선거문화를 30년 아니 40년 이상 후퇴시켰다는 비아냥도 나온다. 전북의 한 농협조합장 선거에서 출마예정자가 ‘굴비세트’를 240여명에게 돌리다 적발돼 ‘굴비선거’가 됐다는 웃지 못할 보도가 있었다. 경기지역에서도 돈봉투를 건네다 적발된 사람부터 식당에서 음식물을 제공하다 단속에 걸린 사람 등 선거때마다 나오는 불법행위가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처럼 불법·혼탁 양상의 선거가 근절되지 않는 배경에는 조합장이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지역 농협 조합장의 경우, 억대 연봉에 직원 인사권과 조직 운영권, 농협 사업권, 대출 등 금융결재권을 행사한다. 수천명의 조합원을 가진 대형농협은 지역의 경제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구심체 역할을 한다. 그러다보니 일단 조합장으로 당선만 되면 지역의 유력인사로 부상하게 된다. 지역구 시·도의원 등과 어깨를 견주면서 부러울 것 없는 실력자가 된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도지사나 국회의원에게 눌리는 것 같지만 실상은 아니다. 표를 먹고 사는 이들도 조합장을 함부로 하지 못한다. 지역농협이 가진 거미줄 같은 네트워크와 정보력, 끈끈한 결속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합장에 당선되면 그날로 농업인 신분에서 권력의 주변으로 진입하는 셈이다. 이런 구조이다 보니 조합장 선거가 과열되는 이유가 당연(?)한 것 아니냐는 어처구니 없는 얘기도 나온다.

선거는 끝났지만 이제부터라도 조합장 선거의 과열을 막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찾아야한다.

우선 조합장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공직선거법에 준하는 선거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조합장의 지위를 무보수 명예직으로 전환하거나 전문경영인제 도입도 한 방법이다. 억대 연봉에다 각종 권한이 없으면 ‘5당4락’ (5억원을 쓰면 당선되고, 4억원을 쓰면 떨어진다는 속설)이란 말도 사라지지 않을까….

또 현재의 직선제를 간선으로 뽑는 방법도 있다. 농협의 경우, 지난 1988년 직선제가 실시된 후 대부분 조합이 이 방법을 택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 조합을 책임질 일꾼을 직접 뽑는다는 ‘직선제’는 당초 취지가 퇴색되면서 차라리 간선제를 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번 선거를 통해 나온 문제점 가운데 우선 후보자들은 유권자가 먼저 금품·향응을 요구하면 거절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현직이 아닌 조합장 후보자들은 “후보를 알릴 기회가 없고 선거운동 방법이 막막하다 보니 결국 혈연·지연·돈에 의존하게 된다”고 하소연한다.

또 조합장이 횡령 등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아도 5년 후 다시 선거에 나설 수 있고 후보자 전과기록 공개 의무가 없는 점도 개선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여주 등지에서 불거진 조합원 자격이 없는 ‘짝퉁 조합원’ 문제도 조합원 자격심사를 보다 엄격히 하는 등 제도적인 보완이 절실하다.

농식품부가 이번 선거를 토대로 오는 10월까지 조합장 선거과정에서 나타난 ‘돈선거’, ‘깜깜이선거’ 등 각종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조합장의 과도한 권한 집중을 막기 위해 이사회와 대의원회·감사의 견제기능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하니 농식품부의 합리적인 대책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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