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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

/이지선

미안해

농부로 너를 만나 정말 미안해

내가 초원의 주인이지만

농부가 되면

잡초로만 보이는 게 너무 미안해



네가 꽃을 피울 때까지

시인이 되어 기다려 줄게



근사하게 꽃 한 번 피지 못하고

밟히고 뽑혔던 생존의 일상



꽃도 피우지 못한 채 뽑혔던 일이

어디 너뿐이런가



미안해 정말 미안해

-이지선 시집 『배낭에 꽃씨를』 (청어, 2014)





 

 

 

세상은 근사하게 피어난 것에 대하여 주목한다. 그러나 시인은 대접받지 못한 것들에 대하여 인사를 건넨다. 마치 농부는 들판에 초원을 이루는 많은 풀들 중에 그저 열매와 수확이이 되는 것에만 관심을 두지만 시인은 단 한번 꽃피우지 못한 채 밟히고 뽑혔던 생명들에게 눈길을 돌린다. 둘러보면 세상에 푸르름도 이름없이 피었다 진 우리 어머니같은 잡초도 많으련만 우리는 언제나 화려한 꽃을 바라보며 사는 것은 아닐까? 늘 그 꽃이 되고 싶어 곁에 밟히어 죽어가는 잡초라 불리는 생명들을 놓치며 사는 것은 아닐까? 문득 가장 가까이 가장 평범하게, 그러나 질긴 생명으로 세상을 푸르게 지켜가는 잡초같은 생명들에게 미안하고 또 미안한 아침이 열린다./김윤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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