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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빨간 민들레

 

빨간 민들레

/고정국

민들레야 섬에 피지 마라

민들레야 섬에 피지 마라



입양 절차도 없이

혈육 한 점 날려보낸



미혼모 홰를 켠 눈빛이

하얀 밤을 설친다.



폭풍에, 풍문에 떠돌다

어둠 속에 뿌리를 내려



밤이면 백만 송이

피워 밝힌 민들레 바다



빨갛게 아빠도 모르는

염색머리 소녀가 웃네.

- 「빨간 민들레」 부분, 고정국 시집 『서울은 가짜다』 (2003년, 리토피아)





 

 

 

시조라고 하면 고즈넉함, 예스러움, 서정성 등을 아직도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한 시조에 대한 고정관념을 단번에 깰 수 있을 만큼 고정국의 시는 현실에 밀착해 있고 힘이 있다. 섬의 민들레가 육지의 민들레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이 시조를 읽으면서 처음으로 생각했다. 민들레는 포자로 번식하는 식물이다. 포자들이 바람에 실려 가다가 땅에 내려앉지 못하고 바다로 떠밀려 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다행히 땅에 내려앉은 포자는 뿌리를 내리겠지만 바다에 내려앉은 포자는 어떻게 되는 걸까. 어디로 실려 가는 걸까./박설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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