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門
/김다희
밑씨가 은밀한 비밀의 문을 여는 시간
어둠을 하늘로 밀어올리는 꽃대
고독한 것은 스스로 빛나는 문장이다
도르르 말린 꽃잎 속에
詩자 한 자 새겨서
하늘이 잠시 잠깐 잠드는 사이
하얀 접시꽃 한 송이
제 문을 활짝 열어젖힌다
-김다희 시집 〈봄의 시퀀스〉에서
싹이 돋아 제 몸을 한껏 키운 꽃은 마침내 꽃봉오리를 만들어낸다. 그 꽃봉오리 활짝 열어 꽃을 토해내는 것을 지켜보면 가히 신비경이다. 거기에서 쏟아져 나오는 향기는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다. 생명과 우주의 불가사의한 조화이다. 詩가 과연 그 세계와 어울릴까 싶기도 하지만, 고독한 싸움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열어가는 점에 있어서는 비슷한 부분이 있을 성도 싶다. 모든 생명들이 자신을 비밀스러운 문을 한껏 열어 당당하게 세상으로 나오는 계절이 왔다. /장종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