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만두―일인분
/김향미
여기―지금―내가 있음이―내 뜻과 무관하다면
너―올드보이여
나의 가장
큰
敵이여
그리하여, 그러므로, 그러나, 그러하니, 그렇다면―누구냐 넌?
처음 만나는 양 해맑은 얼굴로
속이 비칠 듯 말 듯 하늘거리는 눈웃음으로
내게 눈짓하는 오늘이 악동의 표정이다
소가 바뀌어도 바뀌지 않는 이름을 버리고 그릇의 크기를 잊고
날마다 새로운 이름을 지어줄 테니 다른 꽃으로 오렴
낡고 무거운 네 허기를 벗어버리고 부디
만개를 겪어보지 못한 여린 꽃으로
약수 흐르는 우물의 표정으로
-〈유심〉 2014년 12월
내 삶에 갑자기 뛰어든. 넌 누구인가, 혹시 망치를 숨기고 있다가 갑자기 뒤통수를 칠 적이 아닌가, 혹시 군만두 일인분에 지나지 않을 사소한 존재가 아닌가, 장난기 가득한 아이처럼, 하늘거리는 눈웃음으로 다가오는 인연이 내 뜻과 무관하다면, 굳어진 군만두의 자세를 벗고, 군만두가 담긴 좁은 틀을 깨고, 날마다 밝고 피어나는 꽃처럼, 끝없이 솟아나는 맑은 물처럼, 새롭게 태어난 자의 모습으로 오렴. /신명옥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