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성칼럼]만우절 그리고 거짓말
[정준성칼럼]만우절 그리고 거짓말
  • 경기신문
  • 승인 2015.03.31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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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신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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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오늘은 만우절이다. 철학자 칸트의 말이 생각난다. 그는 ‘거짓말은 가벼움을 명분으로 내세울 수도 있고, 선을 명분으로 내세울 수도 있다. 그리고 거짓말을 훌륭한 목적으로 내세울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거짓말이 목적을 위해 정당화될 수는 없으며, 그래서 거짓말은 거짓말을 하는 본인의 인격을 침해하는 죄이자, 스스로의 존엄성을 상실하게 하는 비천한 짓이다.’라고 했다.

이런 의미로 미루어보면 거짓말은 일단 악의 개념으로 다가온다. 특히 거짓말은 나쁜 수단이나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남에게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저지르는 악행을 이르는 말이어서 더욱 그렇다. 우리말 사전에도 거짓말을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꾸며대어 말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뒤집어 보면 거짓말이 모두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파급영향에 따라 선의의 거짓말과 악의의 거짓말로 분류되니 말이다. 사회학자들은 거짓말에 색깔도 부여했다. 하얀 거짓말과 검은 거짓말, 회색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이 그것이다. 더 세분화해서 노란 거짓말과 파란 거짓말을 덧붙이는 이들도 있다.

거짓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웃음과 때로는 감사로 화답하는 게 선의의 거짓말일 것이다. 이런 거짓말은 사심 없이 좋은 취지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경우에 따라 피해는커녕 되레 득이 되기도 한다.

소설가 성석제는 소설 ‘거짓말에 관하여’에서 “재미있는 거짓말이야말로 일상의 반복, 권태에서 인간을 구원하는 힘”이라며 거짓말 예찬을 펼친 바 있다. 오늘 같은 만우절에 하는 거짓말이 여기에 속하지 않나 싶다. 만우절은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프랑스에서 유래된 풍습으로, 가벼운 장난이나 그럴 듯한 거짓말로 남을 속이고 헛걸음을 시키는 날이었다. 거짓말에 속아 넘어간 사람은 흔히 ‘4월 바보’로 불렸다. 이런 풍습은 우리나라에서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 평소 거짓말을 못하던 사람도 이날만큼은 가벼운 장난이나 속임수로 웃음을 주고받았다. 별 달리 웃을 거리를 찾지 못하던 시절 일반 국민에게 청량제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러던 것이 변질돼 지금은 웃음으로 끝나지 않는 거짓말이 난무하고 있어 사회 문제화 되는 아쉬움이 있지만.

영국에서는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선의의 거짓말을 하얀 거짓말로, 남에게 해를 끼치는 죄 있는 거짓말을 검은 거짓말로 구분한다. 환자에게 하는 의사의 심리치료용 거짓말을 비롯 못 먹고 살던 시절 어머니가 배고픈 자식들에게 “나는 밥을 먹었다”며 자신의 밥을 얹어주던 거짓말이 해당된다. ‘죽어도 시집 안 가겠다’는 노처녀, ‘얼른 죽어야지’라는 노인, ‘밑지고 판다’는 장사꾼의 빤한 거짓말, 비양심적이라며 비난할 수는 없는 이런 거짓말도 굳이 구분하자면 여기에 속한다.

많은 거짓말 가운데 문제가 되는 거짓말은 자신의 이익을 취하기 위해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검은 거짓말일 것이다. 우리 주위엔 이런 거짓말이 너무나 많다. 일일이 나열하지 못할 정도다. 오죽하면 거짓말 탐지기까지 만들어졌겠는가. 거짓말이 생성되는 곳도 다양하다. 비리에 눈먼 일부 공무원들로부터, 이익을 위해 서민들을 등치는 재벌, 도덕성을 상실한 파렴치범들에 이르기까지 사회 곳곳에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한 곳이 사익을 위해, 그리고 자신의 대중적 인기를 높이기 위해, 비리를 감추기 위해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정치집단일 것이다.

사실 이런 거짓말들은 법의 심판을 받게 마련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에게 피해를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라지지 않고 도덕적 타락을 확산시키며 끊임 이어지고 있다. 수많은 검은 거짓말이 난무하는 요즘세상, 만우절인 오늘 하루만이라고 웃음으로 끝나지 않는 거짓말을 삼가면 어떨까. 그러면서 검은 거짓말을 가릴 줄 아는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인식을 같이하면 더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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