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도 풍경
/김광기
언덕 풀을 뜯고 있는 말들
참 한가롭다. 인적이 드문 공동묘지는
말들의 먹이로 풍족해 보인다.
사람은 죽어 낮은 층계를 이루며
구릉의 아파트에 누워 있고
몇 마리 말들은 그 곁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생동감 있게 삶의 근육이 꽉 차 있는 말과
마치 머리만 쓰고 살았을 것 같은
인간의 죽음이 한 공간에서
이승과 저승으로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저들의 영령도 쉬며 졸며
이제는 항쟁으로 흘린 피의 이야기나
외세 침략의 비극도 농담처럼 말하고 있을 것 같은
초록, 바람이 불며 바다와 산
그 풍경을 쓸어내리고 있다.
- 2013 시와 경계 가을호
우도의 경험이 대부분 있을 것이다. 나도 우도에 몇 시인들과 간 적이 있다. 산호가루가 부서진 하얀 해변에서 소녀들의 사진을 찍어준 적이 있다. 허나 난 그곳에서 죽음과 생이 공존하는 것을 죽음이 삶으로 오가며 교감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사와 생, 사물과 인간이 내통하는 것을 눈치채지도 못했다. 이제 우도에 가면 우도는 또 다른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올 것이다. 나도 이제 다른 자세로 우도를 품에 앉을 것이다. 지금 나는 우도를 바로 읽어내는 김광기 시인의 심미안에 거듭 감탄하고 있다. /김왕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