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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주식 1주를 나누는 동업자 마음

 

몇 년 전 언론에 에너지 전문기업 삼천리그룹의 주식 1주 매각을 크게 기사화한 적이 있다. 그 사연인즉 공동 창업주들의 주식 수를 똑같이 하기 위해 홀수로 남은 1주를 시장에 매각해서 약속을 지켰다. 삼천리그룹은 고 유성연, 고 이장균 두 창업자가 지난 1955년 연탄사업을 하며 창업했다. 함경남도 함주가 고향인 두 분은 1940년대 함께 식료품 장사를 하며 우정을 쌓았다. 6·25전쟁으로 잠시 헤어졌지만 피란처에서 우연히 만나 사업을 다시 시작했다. 심사숙고하는 스타일의 유 회장은 연구개발과 관리를 담당하고, 도전적인 스타일의 이 회장은 영업과 신사업을 맡아 국내 최대 연탄회사로 키웠다.

이들에게는 동업 철학을 글로 써서 지키고 있는 ‘삼천리 동업자정신’이 있다. 첫째, 두 사람은 모든 주식을 똑같이 동일한 지분으로 소유한다. 둘째, 어떠한 비율로 투자하든 이익은 똑같이 나눈다. 다음은 어느 한 쪽이 반대하는 사업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마지막 하나는 ‘한 가족에 불행한 일이 생기면 끝까지 책임을 진다’이다. 동업정신이 아니라 차라리 진한 우정이라 하겠다. 이러한 마음으로 동업한 삼천리는 이제 2세들로 이어지고, 연탄회사에서 에너지 전문기업으로 변신하여 국내 시장점유율 1위 도시가스 기업이자 ‘60년 연속흑자’ 기록의 삼천리 신화를 만들었다.

독일에서는 밀레(Miele)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세탁기 회사가 동업으로 창업한 기업이다. 기계 기술자 칼 밀레와 자금과 마케팅을 맡은 라인하르트 진칸이 같이 창업하여 3대에 이르고 있다. 이 회사는 기술을 제공한 쪽이 51%의 지분을 갖고, 영업을 맡은 측은 49%의 지분을 갖는다. 1911년에 전기모터 세탁기를 개발한 이들 역시 동업으로 지켜야 할 사항들을 꼼꼼히 글로 적어 놓았다. 신뢰의 바탕위에서 출발한 일이지만 서로 지켜야할 사항을 글로 작성하여 금석맹약으로 삼는다면 후일 다툼이 없을 것이다. 영국의 유명한 패션기업 막스 앤 스펜서(Marks & Spencer)도 의류 소매업을 하던 마이클 막스와 자금을 맡은 토머스 스펜서가 만나서 창업을 했다. 이제 90년을 바라보고 있으며 전 세계에 700여개가 넘는 매장을 두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동업은 하지 말라”고 한다. “동업은 친구도 잃고 돈도 잃는다”는 말을 흔히 한다. 동업은 아니지만 중소기업들끼리 만든 공동 브랜드도 성공하는 경우가 흔치 않다. 서로가 똑같은 수준으로 노력하지 않으니 성공하기 어렵다. 한 곳은 좋은 원단을 쓰는데, 어느 회사는 돈을 아끼려고 저품질 원단을 쓰니 같은 공동 브랜드라도 품질이 같지 않아 소비자 신뢰를 잃는다. 시도나 시군구에서 만드는 공동브랜드는 정부자금으로 대를 이어가고 있어 진정한 공동사업이 되지 못한다. 참여하는 모든 기업들이 품질, 원자재, 가격 등에 대한 신뢰를 지켜야 공동 브랜드가 유지된다.

기업 간에는 신뢰를 토대로 이익의 균형이 지켜져야 관계가 오래가고 더 발전적인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러한 면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를 보면 둘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사항을 글이나 문서로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그것이 이익이나 성과의 배분에 관한 것이면 더욱 그렇다. ‘다음에 잘해 줄께’라는 말만 믿고 따라하다간 후일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말 한마디면 납품이 끊기는 중소기업이 어떻게 내 몫을 주장하거나 약속과 다르다고 따지겠는가. 그래서 동반성장위원회에서 만들어 운용하는 것이 ‘성과공유제’이다. 협력 중소기업이 품질개선, 생산성 향상, 기술개발 등 대기업에 이로운 성과를 내면 대기업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주겠다는 것을 글로 써서 합의서로 남기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5천500여건이 체결되었다. 참여 중소기업들의 만족도가 높고, 사전에 정한 약속대로 인센티브를 받으니 열심히 노력한다. 성과공유는 협업의 시작이며, 이 협업은 낮은 단계의 동업이다. 그래서 대기업과 협력중소기업의 관계는 협업과 동업의 관계이지 갑과 을의 관계로 보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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