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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성칼럼]치명적 약점을 장점으로 만든다면

 

‘말 잘하는 사람보다 신뢰를 얻는 사람이 이긴다’. 얼마 전 읽은 책이다. 내용 중엔 이런 글이 있다. ‘자신을 향해 질문을 던져보라. 진정 내 꿈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혹시 내 꿈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바로 나 자신은 아닌가. 주위의 여건을 핑계 삼아 나약하게 숨어있는 것은 아닌가.’

글을 읽으며 많은 것을 생각했다. 나부터도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힘들고 어려울 때 팔자와 남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팔자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며 포기라는 불행을 친구 삼아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이런 사람들일수록 ‘팔자론’을 신봉(?)하는 게 자신의 치명적 약점인지 모른 채 무슨 일만 생기면 남의 탓하기 일쑤다. 마치 자신은 책임이 없는 듯 자신에게 관대해지면서 세상과 주변을 원망하기도 한다.

만약 자기가 가지고 있는 강점이 무엇인지, 약점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면 아마 이러한 우를 범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사회학자들은 이렇게 자기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는 사람과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하고는 열 배 이상 사회적인 적응이 차이 난다고도 이야기한다.

이런 사실을 놓고 볼 때 우리가 살면서 나름대로 갖고 있는 장점을 강화시키고 약점을 보완한다면 성공에 이르는 중요한 디딤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기 위해선 자신의 약점 중에서도 치명적 약점이 무엇인지 아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어떻게 보면 장점을 아는 일보다 더 중요 한지 모른다. 자신의 장점을 잘 개발, 성공의 가도를 달리다가도 치명적 약점을 보완하지 않아 인생을 망치는 경우를 우리는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물론 완벽한 인간이란 없는 법이다. 따라서 누구나 약점은 있다. 하지만 그 약점 중에는 보완을 하지 않아도 치명상을 입지 않는 것이 있는 반면 방치했다간 치명상을 입는 것도 있어서다.

고대 그리스의 전설적인 영웅 ‘아킬레우스’는 온몸에 철갑을 두른 듯 어떠한 무기에도 상처를 입지 않는, 그야말로 난공불락의 인간병기나 마찬가지였다. 그가 그렇게 된 것은 어머니인 바다의 여신 테티스가 전설의 스틱스 강에 그를 담가 상처를 입지 않는 무적의 몸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가 잡고 있던 발목 부분은 강물에 닿지 않았다. 따라서 양 발목 뒤 힘줄은 그가 상처를 입을 수 있는 유일한 부분으로 남았다. 아킬레우스는 이러한 약점을 보완하지 않은 채 각종 전쟁터에 나갔다 결국 트로이 전쟁에서 화살을 뒤꿈치에 맞고 사망했다. 그래서 치명적 약점을 일컫는 아킬레스건이라는 비유적인 말도 생겨났다는, 모두가 다 아는 평범한 이야기지만 정작 사람들은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는 데 매우 인색하다. 그중에 으뜸은 아마도 정치인들일 것이다.

정치인들의 최대 약점은 신뢰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신뢰란 보이지 않는 것을 믿게 하는 힘이며 돈 주고도 살 수 없다. 또 이 같은 신뢰를 쌓는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어떤 믿음을 주느냐 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그 사람의 말을 듣자마자 믿을만하다고 느낀다면 그 사람은 정치 지도자로서 덕목을 갖춘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정도다. 그래서 신뢰의 축적이 리더십의 정당성을 측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기도 한다. 정치인으로서 신뢰는 그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공자는 이를 두고 무신불립(無信不立), 즉 ‘믿음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으며,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신뢰가 아주 중요하다’고도 했다.

그런데도 정치인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을 최대한 이용, 입신양명할 생각만 할뿐 자신들을 선택해 준 국민과의 신뢰를 헌신짝처럼 내팽개쳐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자신의 최대 약점이 무엇인지 파악조차 안 된 무개념 행동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주변엔 이 같은 일이 부지기수로 일어난다. 정치인들은 신뢰를 저버리는 치명적 약점도 장점으로 변화시키는 지혜가 정말 없는 것일까. 최근 검찰에 불려 다니는 이완구 전 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를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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