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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경기도 박물관을 어떻게 할 것인가

 

경기도 박물관은 경기도를 대표하는 박물관이다. 그런데 필자는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2011년 가을 당시 필자가 근무하던 경기문화재단이 아랍 에미리트연합 샤르자주(州) 알 카시므르 국왕을 초청하였다. 샤르자주는 1998년 유네스코가 아랍의 문화수도로 지정할 정도로 문화 수준이 높은 나라이다. 알 카시미르 왕은 역사학자이다. 그가 통치한 이후 샤르자주는 문화 관광국가로 성장하고 있다.



아랍의 국왕도 외면한 경기도 박물관

국왕 방문 며칠 전 방한한 샤르자주 문화유산국장 등 선발대가 국왕이 박물관을 보고 싶어 한다기에 경기도 박물관을 포함하여 몇 개의 박물관으로 안내하였다. 어린이 박물관은 천천히 둘러보면서 연신 훌륭하다는 표현을 한 선발대가 경기도 박물관은 아주 빠른 발걸음으로 휙 둘러보고 나가면서 경기도 박물관은 국왕에게 보여줄 필요가 없다고 하였다. 결국 왕은 경기도 박물관을 방문하지 않았다. 경기도 박물관이 인구 100만 명도 되지 않는 나라의 국왕에게 외면당한 것이다. 무척 자존심이 상하였다.

이 무렵 경기도 박물관은 재정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운영에 필요한 최소 경비인 경상비와 유물 구입비를 확보하기도 쉽지 않았고, 전시와 교육에 필요한 운영비만 간신히 확보하는 정도였다. 그 어려움이 박물관 곳곳에 배여 있었으니, 문화전문가인 샤르자 문화유산국장이 한 눈에 알아보고 그 같은 결정을 한 것이다.

경기도 박물관의 사정은 그 후에도 별로 나아지지는 않은 것 같다. 수원시 박물관보다도 적은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으니 어디에 말하기도 부끄러울 정도이다. 그런 속에서도 경기도 박물관을 포함하여 어린이 박물관과 백남준 아트센터에 1년에 1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관람하고 있으니 기적 같은 일이라 생각된다. 경기도박물관을 어떻게 할 것인가?



뮤지엄 파크를 경기 천년을 기념하는 랜드마크로 만들자

경기도 박물관은 어린이 박물관과 백남준 아트센터와 함께 하나의 뮤지엄 파크를 이루고 있다. 뮤지엄 파크는 천혜의 땅에 위치하고 있다. 문화적 수요가 높은 신도시가 주변에 자리 잡고 있고, 경부고속도로 신갈 인터체인지와 바로 연결되어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다. 또 4만5천 평이 넘는 넓은 부지를 확보하고 있어 새로운 구상을 펼치기에 충분한 공간이다. 가장 주목할 점은 문화유산을 수집, 전시, 교육하는 경기도 박물관, 어린이 교육을 주 기능으로 하는 어린이 박물관, 디지털 시대에 창의력을 기를 수 있는 백남준 아트센터가 있어, 우리 시대의 키워드인 문화, 교육, 창의성을 모두 품고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이제 경기도 박물관을 리모델링하는 고민을 할 차원은 아닌 것 같다. 경기도의 랜드 마크가 될 만한 뮤지엄 파크를 조성해 보는 것이 어떤가. 박물관 기존 건물과 조화를 이루면서 예술 작품이 될 만한 건축물을 짓자. 뮤지엄 파크 전체가 하나의 공간으로 연결되면서, 역사와 문화유산을 수집, 연구, 전시하는 기능, 즐겁게 놀면서 새로운 체험을 하는 엔터테인먼트 기능,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상상력과 창의성을 키울 수 있는 기능이 하나로 통합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정부는 문화와 경제를 결합하는 콘텐츠 코리아 랩을 별도로 만들 것이 아니라 뮤지엄 파크 내에 두는 것도 생각해 보기 바란다.

2018년은 경기 천년이 되는 해이다. 경기 천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기념사업으로 뮤지엄 파크를 경기도 문화를 상징하고 문화 수준을 보여주는 랜드 마크로 만들어 보자. 박물관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비슷한 고민을 오래 전부터 해왔던 사항이다. 이제 실행하는 일만 남아있다. 경기도가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뮤지엄 파크를 이 상태로 계속 두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도민이 관심을 가지고, 문화인들이 적극 나서고, 경기도가 결단을 내려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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