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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이후 미국의 對아시아 정책 실상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美 대사
美외교현장서 일한 진솔한 회고

 

‘역사의 파편들’은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 대사가 80여년 생을 돌아보며 기억의 편린들을 모아 엮어낸 개인의 역사이자 동시대 미국과 한반도 역사의 복원이다.

그레그는 1973년 미 중앙정보국(CIA) 한국 지국장으로 부임한 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관과 조지 H. W. 부시 부통령 안보보좌관을 거쳐 1989~93년 주한 미국대사를 지내며 직간접적으로 한국 현대사와 관련을 맺어왔다.

두차례 김대중 구명에 관여했고 노태우 정부의 주한미군 전술핵 철수, 팀스피릿 한미군사훈련 중단 결정에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에는 미국의 주요 외교현장에서 일한 저자의 진솔한 회고를 통해 1950년 이후 미국의 대아시아 정책의 실상이 생생히 그렸다.

자신이 직접 접한 사건과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면서도 60여년 간의 외교경험과 통찰력으로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베트남전, 이란 콘트라 스캔들, 쿠바 핵위기 등의 역사상을 복원해낸다.

그레그는 자신의 삶을 ‘파란만장한 생애’라고 표현했고 실제로 그는 굵직한 역사적 사건과 함께 해왔다. 책에는 케네디, 닉슨, 카터, 레이건, 조지 W 부시, 마거릿 대처, 박정희, 노태우, 김대중, 아끼히또 천왕, 리콴유 등 국가 수반을 비롯해 일급외교관 등 동시대 저명인사가 대거 등장해 그가 목격한 역사적 사건과 에피소드를 나열한다. 또 1952년 한국과 인연을 맺고 2000년대 초·중반에 이르기까지 격동의 한국사회를 목격한 일들을 담았다. 그레그의 대사시절 회고 가운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광주방문을 꼽는다.

1980년 광주 민주항쟁에 대한 무자비한 진압에 미국이 관여했을 거라는 ‘추측’이 오가는 가운데 CIA 경력으로 반미감정의 대상 자체인 그가 반미시위가 확산돼 가던 1990년 당시 광주에 직접 내려가 시민대표들과 만나 “5·18에 너무 대처가 늦었던 것에 사과한다”며 그들을 설득한 에피소드는 이 책의 명장면중 하나다.

‘역사의 파편들’은 그레그 자신의 전생애를 섬세하면서도 담백하게 풀어낸다. 더불어 객관적 진실에 다가가려는 노력과, 뛰어난 감성과 유머감각으로 흡입력을 더한다.

무엇보다 사건을 보는 관점에서 과거형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지향적인 시선을 담고있다는 점은 다른 회고록과 차별성을 지닌다.

/민경화기자 m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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