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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성칼럼]포기가 없는 ‘호피인디언’

 

인디언이 기우제를 지내면 100% 비가 온다고 한다. 왜냐하면,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듣자마자 실소(失笑)를 자아내는 유머 같지만, 미국 애리조나 사막지대에 사는 ‘호피 인디언’들의 실제 삶의 이야기다. 그들이 사는 애리조나는 누가 봐도 농사짓기에는 부적합해 보이는 척박한 사막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그 땅에 씨앗을 심는다. 그리고는 정성껏 기우제를 지낸다. 비는 쉽사리 오지 않지만, 그들은 하늘을 원망하거나 신이 자신들의 뜻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좌절하지 않는다. 그들이 생각하는 ‘비가 오지 않는 이유’는 오직 한 가지, 바로 자신들의 정성이 부족하다 느껴서다. 따라서 그들은 반드시 비가 올 것이라는 희망으로 더더욱 정성껏 기우제를 지낸다. 결과는 그들의 승리다. 결국 언젠가는 하늘에서 비를 내리고, 씨앗은 땅 위에 싹 트기 시작해서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무모해 보이고 우스꽝스러운 미신 같지만, 이는 호피 인디언들이 사막에서 농사를 지으며 지고지순한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다. 이들의 순결한 삶의 태도에 관해 하버드대학 ‘그랜트 스터디’의 연구 주제가 되기도 했다. 지금도 ‘인디언 기우제’는 포기하지 않는 자세를 가진 사람이 결국 성공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때 곧잘 인용된다.

요즘 모두 힘들다고 한다. 대통령과 입법부가 충돌하면서 민생은 뒷전인 현정국이 그렇고 5월말 현재 가계부채가 1099조원을 기록했는데, 이마저도 모자라 마이너스통장에 보험약관대출까지 쓰는 국민이 늘고 있어 그렇다. 여기에 정부의 무능으로 인해 중동호흡기장후군은 2명의 귀중한 생명을 앗아갔고 불안이 가중되는 국민들은 외출마저 삼가고 있다. 그사이 괴담은 난무 하고 있는등 민심마저 흉흉해서 더욱 그렇다.

이런 사회적 혼란 속에 우리의 미래라는 젊은이들의 고민은 더 깊어가고 있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이른바 ‘3포 세대’도 모자라 내집 마련에 인간관계까지 포기하는 ‘5포 세대’가 늘고 있어서다. 고용시장도 불안하다. 최근 노동연구원의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고용보호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중간 수준이지만 1년 미만 일한 근로자가 전체 근로자의 32.8%에 이를 정도로 불안정하다고 한다. 반면 10년 이상 장기근속자의 비중은 19.7%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를 차지했다. 물론 1년 미만 근속자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고용시장이 불안하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심각한 취업난이 어느 정도 반영됐다고 보면 납득이 간다. 청년들 입장에서 볼 때 기성세대에 온전히 합류하지도 못한 채 모든 걸 스스로 포기하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좌절의 세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자 자신의 능력이나 세상 탓하며 쉽게 포기 하는 일도 늘고 있다. 취업과 사업을 포기하는 작은일에서 부터 빈곤을 견디다 못해 삶 자체를 포기하는 큰일 까지. 물론 절망을 앞세운 그들의 속사정을 들여다 보면 충분한 이유와 원인이 있고 한편으로 이해도 간다. 하지만 결정을 쉽게 하는게 안타깝다.

심리학에서는 인생의 겨울을 이겨내는 에너지를 ‘역경지수(AQ·adversity quotient)’라고 한다. 이스라엘에서는 이지수를 지능지수(IQ), 감성지수(EQ)와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여긴다. 다양한 연구실험결과 인생의 자아실현은 지능지수의 영향이 20%에 지나지 않으며, 오히려 감성지수(40%)와 역경지수(40%)가 좌우해서 라고 한다. 따라서 유대인들은 인생의 뿌리를 깊게 내리도록 하는 ‘역경 교육’을 어려서부터 철저히 시킨다.

최근처럼 어렵고 힘든 때 호피인디언과 유대인들의 지혜를 배우는 것도 한가지 해결책이 아닌가 싶다. 젊음이 있기에 취업실패도 일시적인 것이다. 젊기 때문에 실패나 고민은 웃어넘기고 다시 일어설수 있다. 마치 어린아기가 걸음마를 배울 때 넘어지고 또 넘어져도 그 자리에서 웃으면서 일어나듯이 말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 실패를 했더라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주눅 들 필요도 없다. 실패에 연연할 이유도 없다. 도전하는 기회는 언제나 젊음의 곁에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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