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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과의 소통창구 30년… 1만6천여명 ‘바잉 파워’ 확보

경기신문 연중기획-사회적 경제기업 탐방
바른두레생협

 

1985년 국내 최초 생활협동조합 설립
농축수산물 등 1500여 가지 생활재 취급
연간 거래액 100억원 중견기업 수준 성장

지역공동체로 뿌리내린 원동력은 ‘신뢰’
조합원은 조합 운영에 동등하게 참여
‘계획 생산·책임 소비’ 상생구조 형성

오프라인 매장 설립 후 정기모임 등 활기
4개 시에 9개 개설 동네사랑방 역할 톡톡


이웃 간 농사일을 공동으로 하던 ‘두레’, 고된 일을 서로 거들며 품을 지고 갚는 ‘품앗이’.

급속한 도시화가 삼켜버린 우리의 오랜 미풍양속이다.

두레, 품앗이는 단순한 공동체 활동이 아니었다.

두레와 품앗이 속에 사람과 사람 간에 정이 오갔고, 이해와 용서를 통해 이웃과 공존하는 사회적 공동체 활동이었다.

지금은 잊혀진 이같은 공동체 활동이 최근 농촌 중심의 전통적 방식에서 도시형으로 변형하며 전국 곳곳에서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전국 최초로 설립돼 1만6천여명의 ‘바잉 파워’(Buying Power)를 쌓아 올린 ‘바른두레생협’(이사장 정건순)을 찾아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지역 공동체가 갖춰야 할 청사진을 짚어봤다.



◆ 참여 결정을 통한 ‘신뢰’가 건강한 공동체의 밑거름

바른두레생협은 지난 1985년 5월 안양에서 설립한 국내 최초의 생활협동조합이다.

당시 함께한 조합원은 56명.

이들이 십시일반 모은 쌈짓돈 11만4천원이 초기 출자금이 됐다.

30년이 지난 지금 바른두레생협은 중견기업과 견주어도 될 만큼 큰 규모로 성장했다.

조합원 1만6천여명, 출자금 12억원으로 연간 거래액만 100억원에 이른다.

바른두레생협이 오랜시간 건강한 지역 공동체로 뿌리내릴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오승현 바른두레생협 상무는 “생활협동조합의 힘은 신뢰죠. 우리 가족과 이웃이 함께 먹고 입는 어느 것 하나 조합원의 의견을 거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라며 자신만의 저력을 이같이 전했다.

바른두레생협이 취급하는 생활재는 농축수산물을 비롯해 육가공품, 유제품, 미용용품 등 1천500여가지.

‘유정란’을 공동 구매하면서 태동한 생협이 단품에서 천 가지가 넘는 생활재를 생산·유통시키는 거대 생협으로 성장하기까지는 오랜 시간 변하지 않은 그들만의 약속이 있어 가능했다.

그 약속은 생협에서 취급하는 생활재 하나하나에 반드시 조합원의 목소리를 담아 내야 한다는 것.

바른두레생협의 모든 생활재는 조합원들의 의견과 수요 조사에서 도입이 시작되고, 생산지를 직접 찾아 물품이 어떻게 생산·가동·유통되는지 최종적으로 꼼꼼히 살피는 감사 과정에도 조합원이 직접 참여한다.

바른두레생협의 조합원은 출자액과 관계없이 1인 1표의 의결권을 가지고 조합 운영에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다.

이것이 바른두레생협이 자랑하는 자주 감사 과정이다.

이를 통해 조합원은 자신이 원하는 물품을 소비하고, 생산자는 안정적으로 상품을 공급하는 ‘계획 생산, 책임 소비의 상생 구조’가 형성된다.

전문가 자문이 필요한 물품의 경우 국립농산물검사소, 농산물품질인증기관 등의 외부 기관을 통한 제3자 감사도 거친다.



◆ 자발적 9개 매장 설립이 공동체활동 더 단단하게…

바른두레생협은 설립 초기 안양과 수원 일대에서 3가구 이상의 조합원이 모여 생활재를 공동 주문하면 매주 정한 특정 날짜에 거주지로 배달하는 단순한 ‘Door To Door’ 구조로 운영됐다.

이를 통해 동네사람끼리 공동 구매를 위한 작은 모임이 꾸려졌고 점차 연대감을 형성하며 바른두레생협 만의 지역 공동체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수도권 일대에 신도시가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바른두레생협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투기 등을 목적으로 외부인이 대거 유입되고, 거주지 이동이 잦아 지면서 자발적으로 모인 공동체가 흔들렸다.

자칫 무너질 수 있었던 공동체는 이웃끼리 이야기를 나누며 생활재를 구입할 수 있는 쉼터 개설을 통해 자연스럽게 해소됐다.

‘동네 사람이 꾸리는 우리 마트’라는 의미를 담은 바른두레생협의 오프라인 매장은 2000년 초반 안양 만안구에 첫 문을 열었다.

동네사람끼리 자연스럽게 서로 안부를 묻고 알아가는 사랑방이 생긴 것이다.

시간이 흐르자 싱싱한 축수산물과 특정 생활재가 매장에 입고되는 날에 맞춰 별도의 정기 만남을 갖는 모임까지 생기면서 지역 공동체 활동은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이같은 오프라인 매장은 10여년에 걸쳐 ‘안양 평촌·인덕원’, ‘수원 영통·천천·매탄·호매실’, ‘화성 동탄’, ‘군포 산본’ 등으로 확산돼 올해까지 모두 4개 시에 9개가 개설됐다.

그렇다고 기업과 같은 무분별한 매장 확대는 이뤄지지 않았다.

영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과 달리 해당 지역 조합원 스스로의 의지로 공동체를 꾸려 매장을 하나하나 늘리는 자생적 형태로 매장이 개설되는 까닭이다.

9개 매장에서 근무하는 직원 50명도 모두 ‘우리 이웃’(조합원)으로 채워졌다.

이를 통해 공동체는 더 단단해졌고, 생협만의 독특한 물류방식은 자리를 잡았다.

결국, 이웃을 만날 수 있도록 한 소통 창구가 1만6천여명의 ‘바잉 파워’(buying power)를 형성한 가장 큰 원동력이 된 것이다.

/홍성민기자 hsm@

/사진=오승현기자 osh@



 

“영리 위한 상품이 아닌 생활재… 수익은 안전한 물품확보 위해 사용”

정 건 순 이사장

조합원이 직접 개발한 ‘토리 케첩’
유정란과 함께 자랑하는 대표식품


지역공동체 활동 확산되려면
공공기관의 적극적인 자세 필요


- 바른두레생협이 대형마트와 다른점은.

▲ 대형마트에 진열된 상품은 영리를 위해 존재한다. 그러다 보니 원산지를 둔갑하거나 먹거리에 넣지 말아야 할 것을 넣게 된다. 생협의 모든 물품은 조합원이 주인인 생협을 통해 판매하니 이익을 남길 필요가 없다.

설령 이익이 남아도 그 수익은 건강하고 안전한 물품 확보를 위해 사용되는 순환구조다.

그래서 우리 생협에서 취급되는 물품은 상품이 아닌 생활재라고 부른다.

생활재에는 공동체의 공동 철학과 운영원칙이 모두 담겨있어 일반 상품과는 구조적으로 다르다.



- 생활재의 종류가 다양하다.조합원이 직접 개발한 제품도 있는가.

▲ 수년 전 식품학을 전공한 한 조합원이 자녀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직접 토마토 케첩을 만들었던 적이 있다. 이 수제품이 조합원 사이에서 맛과 안전성이 뛰어나다는 입소문이 퍼졌다.

너도나도 주문을 하다 보니 조합원 사이에서 생협에서 직접 제품을 만들어 보자는 의견이 제시됐고, 여러 검증 과정 등을 거쳐 ‘토리 케첩’이라는 명칭으로 대량 생산이 성사됐다.

이 공장은 현재 경남 상주에 있으며 토리 케첩은 유정란과 함께 우리 조합원들이 가장 자랑하는 대표 식품이 됐다.



- 창출되는 수익은 어떻게 운용되나.

▲ 생협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연말 결산에서 제로(Zero) 상태로 만드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이익 상당수는 조합원의 국내외 생산지 견학, 지역 연계 활동에 사용된다.

또 지역 독거노인에게 매주 반찬을 만들어 직접 배달하는 등 지역 복지 서비스 실행을 위해 쓰여진다.



- 조합원의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은.

▲우선 생협 관리·운영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위원회 활동이 있다.

위원회는 생활재 개발 및 개선활동 등을 펼치는 생활재위원회와 월간지 편집위원회, 국제교류위원회, 바른 식생활위원회 등 4개 위원회로 구성된다.

또 모내기, 딸기따기 등 다양한 생활재 수확체험을 할 수 있는 생산지 견학을 비롯해 인문학, 해금 등 다양한 주제를 중심으로 한 지역 소모임 및 마을모임 등 수십가지의 조합원 모임이 가득하다.

여기에 일본과 필리핀, 팔레스타인 등 해외 협동조합과의 국제적 교류도 조합원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 정부나 지자체에 바라는 점은.

▲조합원도 결국 시민·도민·국민이다. 지역 공동체 활동이 확산되려면 공공기관의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공공기관이나 학교에도 생협 매장 개설 등 자발적인 생활형 공동체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면 지역 사회 발전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홍성민기자 h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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