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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예술인복지법 제대로 시행되길

 

최근 예술인복지법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고 있다. 이 법이 제정된 지 3년이나 됐지만 이번 처럼 국민적 관심을 끈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일명 ‘최고은법’으로 불리는 예술인복지법은 지난 2012년 제정돼 시행되고 있다. 시나리오 작가였던 최고은씨는 지난 2011년 생활고에 시달리며 오래전부터 앓아온 지병을 제대로 치료하지도 못한 채 전기와 가스가 끊긴 방에서 며칠 동안 굶다가 혼자 세상을 떠났다. 당시 최씨는 “창피하지만 며칠째 아무것도 못 먹어서 남는 밥이랑 김치가 있으면 저희 집 문 좀 두들겨주세요”라는 메모를 이웃집에 붙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위를 안타깝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회에서 생계가 어려운 예술인들을 돕자는 취지로 예술인복지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이 법이 제정된 후에도 배우 정아율(2012)과 김수진(2013), 가수 김지훈(2013), 배우 우봉식(2013년) 등 많은 예술인들이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법은 제정이 됐지만 문화예술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 것이다.

최근에는 연극배우 김운하와 영화배우 판영진이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운하는 막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연극에 대한 열정을 이어갔지만 숨지기 전 극단에서 받은 월급이 30여만원에 그칠 정도로 어려웠고 판영진도 벌어들인 수입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와 TV 등을 통해 연예인 등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큰 돈을 버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지난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문화예술인 실태에 따르면 월수입이 50만원도 안되는 비율이 25%로 나타났고 50만원 이상 100만원 이하도 67%나 됐다. 문화예술인의 92%가 월 수입 100만원도 되지 않는 빈곤층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상황은 예술인복지법이 만들어지고 3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매년 반복적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문화예술인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하고 있는 데도 이같은 반복된 상황을 막아야 할 법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생계가 어려운 문화예술인들에게 긴급생활자금이나 긴급의료비 지원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예술인복지재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고 관련 예산도 2013년 60억원, 2014년 81억원에 이어 올해 110억원으로 매년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생활고를 겪는 예술인들을 돕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더구나 올해는 1년의 절반이 지나고 있지만 현재까지 예산이 배정되지 않아 지원 신청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법이 만들어졌고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할 사람도 많지만 제대로 시행이 되지 않아 사실상 문서상에만 있는 죽은 법이나 마찬가지가 된 것이다.

문화예술계에서는 이같은 현상이 반복되는 이유를 특정 기획사와 배우에게 부와 명예가 쏠리는 문화산업계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가 제일 크다고 지적한다. 문화예술인들은 예술인복지법도 중요하지만 빈익빈 부익부(貧益貧 富益富) 현상이 계속되는 문화산업계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화예술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갈수록 두드러지지만 이를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하게 되면 생활고를 이겨내지 못한 예술인들의 극단적인 선택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2012년 제정된 예술인복지법이 제대로 시행돼 생활이 어려운 예술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줬다면 많은 예술인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반복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연극배우 김운하와 영화배우 판영진의 죽음으로 예술인복지법에 대한 관심이 모아진 이때 이 법이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법이 아니라 실제로 예술인들의 복지에 도움을 주는 법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법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만드는 것이지 특정 계층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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