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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불평등 경제를 완화시키는 중소기업 정책

 

얼마 전 220쪽짜리 얇은 책을 얕보고 들었다가 한참 고생하며 읽었다. 최근 경제학계의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토마스피케티의 저서 ‘불평등경제’. 유명한 ‘21세기 자본론’은 너무 두꺼워 대신 들었는데 생각의 깊이가 있어 그런지 영 어려웠다.

필자가 제대로 이해한 것인지 모르지만 책에서는 프랑스의 불평등 정도가 심해지는 두 가지 형태를 자본과 노동 간의 불평등 심화와 근로소득 자체의 불평등 심화로 들고 있는 듯하다. 구체적인 분석은 좀 더 생각해봐야겠지만 필자에게 와 닿았던 부분은 불평등한 현실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정책이 추진되어서는 안 되고, 불평등을 초래하는 근본적인 ‘원인’에 따라 처방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 보통 (극단적인) 자유-시장주의자들은 시장에 대한 신뢰가 강해 시장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일체의 정부 간섭에 반대한다. 이와 반대로 좌파쪽 성향의 진보주의자들은 시장 자체가 불완전하고 태생적으로 불평등을 초래하므로 정부가 보다 직접적으로 시장에 개입해서 불평등을 없애야 한다며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곤 한다. 하지만 토마스피케티는 그 원인에 따라 처방이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에서 자본과 노동 간의 불평등 문제에 대해서는 시장기능을 왜곡하지 않는 자본이득세 등 조세를 통한 재정이전이 타당하지만(소위 말하는 기초적 재분배정책) 근로소득의 불평등 문제는 정부가 보다 직접적으로 개입해서 인적자본의 형성에 적극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효율적 재분배정책)을 하는 것 같다.

중소기업 관련 정부부서에서 일하며 가장 혼란을 자주 겪는 문제가 중소기업정책과 일반 거시경제정책간의 상충이다. 무언가 새로운 중소기업 정책을 만들라 치면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측에서는 항상 ‘반시장’ 경제정책이라는 비판을 제기한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이 그렇고 대형마트 규제와 전통시장 보호정책이 그렇다. 중소기업자간 경쟁제도나 기술개발제품에 대한 공공기관의 의무구매제도 등도 마찬가지이다. 얼마 전 대기업의 MRO 규제존속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는 이를 강하게 비판하였고, 올해 말 종료되는 대형마트에 대한 입점규제(전통시장 1㎞ 이내에서 대형마트 출점제한)는 연장여부를 둘러싸고 기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이 땅의 ‘9988’ 중소기업 절반가량이 BtoB 기업으로 대부분 직간접으로 대기업과 거래를 하고 있다. 기업환경이 어려워지고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상대적으로 거래상의 열위에 있는 많은 중소기업들은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중소기업에 지원되는 많은 지원자금들은 납품단가 조정 등을 통해 그 과실이 대기업으로 빨려 들어가고, 중소기업이 어렵게 키워놓은 인재들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대기업으로 자연스럽게 이직한다. 현장에서 보면 아직도 대기업 협력기업들은 벙어리 냉가슴을 앓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제들을 정부의 지원예산을 늘리는 등 시장을 왜곡하지 않는 정책만으로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얼마 전 한 언론보도에서 지난해 기준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는 0.4259 인데 비해 자산을 포함한 지니계수는 0.6014일 정도로 우리 사회의 불평등 수준이 악화되었다고 한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라도 이러한 불평등 문제에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러한 정책 중 가장 시장 친화적인 정책이 바로 피케티가 제안한 효율적인 재분배정책으로서의 중소기업정책이 아닐까 싶다. 정도의 차이, 수준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고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충분히 검토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원론적으로 보면 중소기업 정책도 중소기업의 부족한 자원을 보충해주는 소위 기초적 재분배 정책(R&D 지원이나 금융지원 등)과 함께 대기업과의 공생 및 건전한 기업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각종 효율적 재분배 정책이 병행되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아마 피케티에게 한국 중소기업 정책에 대한 한마디 조언을 부탁한다면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기’라고 답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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