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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안철수의 정치 감각

 

국정원 직원 한 명이 안타깝게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바로 이탈리아 해킹 팀으로부터 문제의 해킹 프로그램을 수입하는 데 관여했었다고 알려진 국정원의 IT 전문가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이로써 해킹에 관련된 문제는 더욱 복잡하게 됐는데, 이와 관련해서 더욱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인물이 바로 새정치민주연합의 국민정보지키기 위원회의 안철수 위원장이다.

안철수 의원은 얼마 전에도 자신의 위상을 드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살리지 못했었다. 바로 메르스 사태를 두고 하는 말인데, 안철수 의원은 의사 출신에다 잠깐이나마 의대 교수까지 지냈던 인물이었기에 메르스 사태 때 나름 그 진가를 발휘할 만한 했는데, 당시 안철수 의원의 활동은 두드러지지 못했다. 만일 안철수 의원이 정치적 감각이 있는 인물이었다면 당시 사태를 그렇게 수수방관하는 듯한 행동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안철수 의원 정도의 전문성이 있고, 또 유력 대선 주자였던 인물이라면, 3~4일 정도 방호복을 입고 현장에서 의료진과 함께 환자 치료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는 말이다. 만일 안철수 의원이 그런 모습을 보여줬더라면 많은 국민들은 안철수 의원을 다시 봤을 것이다. 하지만 안철수 의원은 그러지 못했다.

작년 세월호 사태 때도 마찬가지였다는 것이 개인적인 판단이다. 당시 새누리당 의원들 중 적지 않은 수는 언론에 알리지 않은 채, 팽목항 현지에 가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묵묵히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 거기에 갔던 의원 중에는 의대 교수 출신의 의원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 의원들은 당시 유가족들과 실종자 가족들의 심리 상담도 현장에서 진행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때도 안철수 의원이 자신의 전공을 살려, 심신이 지칠 대로 지친 유가족들의 건강을 보살폈더라면 자신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인식을 보다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번 국정원 해킹프로그램 도입 문제에 대해서는 안 의원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야당 의원으로서, 그리고 해당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의원으로서는 당연한 일을 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과거에는 왜 그러지 못했는데, 이번 사태에 그렇게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지 궁금하다.

이 부분에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정치인이라면 사안의 중대성을 구분하는 눈이 있어야 한다. 즉, 어떤 사건 혹은 사태가 발생했을 때, 그 사태의 위중함의 정도를 구별하는 눈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먼저 이번 국정원 해킹프로그램 구입으로 불거진 의혹들은, 사태의 위중함으로 볼 때, 메르스나 세월호 사태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내 자신의 문제”라고 생각할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다고 할 수 있다. 즉, 메르스의 경우는 “내 자신의 문제”라고 충분히 생각할 수 있고, 또 실제로 그랬는데, 이번 사안의 경우는 그렇게 생각하기 힘들다는 말이다. 또 하나의 문제로 들 수 있는 것은 메르스의 경우는 그 사태를 이해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중동에서 들어온 무서운 병이라고 이해하면 그 뿐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매일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는 현실 때문에 그다지 많은 설명이 필요하지는 않았던 사안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우선 해킹이라는 용어가 일반인 다수에게는 상당히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그냥 카카오 톡이나 하고 전화나 하는 입장에서 자신의 스마트 폰이 해킹 당했을 경우 나타나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사안을 야당에서는 상당히 심각한 사안으로 규정하고 그렇게 대응하고 싶겠지만, 이게 쉬워 보이지 않는다. 바로 국민적 관심이 떨어지고, 그렇기에 여론의 힘을 등에 업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철수 의원은 다른 문제에는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다가, 이런 문제에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니 정치인으로서의 사태 파악 능력이 조금은 의심스러워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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