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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의 世上萬事]정치인들의 택시운전 체험

 

정치인들의 택시기사체험이 인기다. 엊그제 한 공영방송에서 4명의 여야 정치인이 택시운전기사로 등장한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서울, 대구, 광주 등 지역에서 1박 2일동안 택시 기사가 돼 민심을 들은 ‘여야택시’가 그것이다. 택시 운행에 나선 정치인은 원유철(새누리당 원내대표)·강기정(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의장)·김문수(새누리당, 전 보수혁신특별위원장)·원혜영(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공천혁신추진단장) 등 이른 바 대한민국 대표 정치인. 이들은 1박2일간 약 100명의 승객을 만나 민생과 정치현안에 대한 리얼한 민심을 들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던가? 시청자들의 호기심만 자극했을 뿐 현장밀착형 프로그램이 아닌 그저 예능프로의 일종이었다. 정치하는 사람들의 ‘쇼’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탓이리라.

정치인들이 보여주는 ‘쇼’는 여러가지가 있다. 표를 먹고 사는 이들이기에 ‘쇼’는 더욱 절실하다. 이 가운데 택시기사 체험이 한몫 한다. 대개 1회성 전시 행사에 그치는 것이 대부분이이다. 정치인 가운데 택시운전체험의 원조(元祖)는 알려진 바와는 다르게 심재덕 전 수원시장이다. 1995년부터 민선 1·2기 시장을 지내고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이었던 그는 이미 1998년 택시운전대를 잡았다. 당시만 해도 사람들은 ‘쇼’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러나 택시기사체험을 통해 얻은 민심을 시정에 적극 반영하고, 나중에 국회의원에 당선되기도 했다. 박계동 전 의원은 15·16대 총선에 실패하고 10개월동안 택시운전 체험을 했다. 이 기간 동안 민심을 살핀 결과인지 모르나, 그는 17대에 1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그 후 많은 정치인들이 택시기사 체험을 하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어느 자리에 있든지 택시기사 체험을 계속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가장 오랜 기간동안 택시운전을 했다. 2009년 1월 택시기사로 운전대를 잡은 지 2년8개월 만에 도내 31개 시·군에서 한 차례 이상 택시운전을 했다. 퇴임 하루 전인 지난해 6월29일까지도 도민들의 민심을 듣고자 푸른색 택시운전기사 복장을 하고 핸들을 잡았다. “쇼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길 많이 들었다. “쇼는 분명하지만, 그냥 쇼는 아니다. 하루 열두시간 택시를 모는 힘든 쇼다. 이보다 더 깊이 도민들과 만나는 방법을 지금까지 나는 찾지 못했다.” 이렇게 대답한 그는 택시운전 예찬을 넘어 대통령에게까지 이를 권했다.

기자들이 기사는 발로 써야 한다는 말이 있다. 책상 앞에 앉아 쓰는 기사는 현장감이 없기 때문이다. 현대그룹 고 정주영 전 회장도 늘 하는 말이 있었다. 불가능이나 어려움을 토로하는 직원들에게 “해보기는 해봤어? 가보기는 가봤어?” 한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이다.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현장에서 생생한 민심을 들어야 한다. 재래시장을 가끔 방문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국민들은 입으로만 하는 정치보다 발로 뛰는 정치를 기대하기에 그런 면에서 택시운전체험이 딱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공자는 ‘군사와 식량과 민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민심이다’라 했기 때문일까?

그러나 의외로 국회의원이야말로 민심을 가장 잘 모르는 사람들이다. 민생을 늘 강조하면서 민생을 팽개치기 일쑤다. 온통 머릿 속에는 내년 4월 총선뿐인 듯하다. 게다가 여야 모두 공천권을 틀어잡기 위한 계파싸움이 치열하다. 친박이니, 비박이니, 또 친노니, 비노니 하며 당대표와 ‘맞짱’뜨고 육두문자까지 날린다. 어떻든 네 명의 정치인들이 택시운전을 하며 민생현장을 둘러봤다. 국민들의 정치 무관심에 대해 나름 실망했을지도 모른다. 얻은 것도 의외로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게 우리 국민들이 정치를 보는 현주소다. 이번 택시체험에서 드러난 민심은 빙산의 일각이다. 선거를 통해 민심을 국회에 전달하겠다는 국회가 이젠 대한민국 밖에서 대한민국 안으로 들어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정말 정신차리지 않으면 안 된다. 한 표를 행사하는 국민들의 엄중한 심판이 곧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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