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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2002년 6월 29일

 

2002년 6월 29일 한국에서는 두 가지 역사적 사건이 일어났다. 하나는 2002년 월드컵 경기에서 한국의 4강이 확정된 일이고, 다른 하나는 제2 연평해전이다.

영화 ‘연평 해전’ 관람객 수가 하루 이틀 내로 600만 명을 돌파할 것 같다. 이 영화는 제2 연평 해전을 다룬 영화다. 북한 해군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해전에서 한국 해군 참수리 357호 승조원 6명이 전사하고 19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참수리 호는 침몰하였다. 물론 북한 해군도 다수의 사상자가 있었고, 초계정 1척이 반파되었다 한다.

2002년 6월 온 국민은 4강까지 진출한 월드컵 축구의 영광에 열광했다. 거리는 붉은 악마의 응원 물결이 넘쳤고, 5년 전 IMF 위기로 실의에 빠졌던 한국인은 월드컵 4강 진출을 이루면서 다시 자신감을 회복하였다. 전 세계는 한국의 4강 진출에도 놀랐지만 거리 응원에 더욱 놀라는 눈치였다.

6월 29일은 저녁 8시부터 한국과 터키 3·4위 결정전이 있는 날이다. 한국인들은 이날 오후 뉴스를 통해 전해진 연평 해전 소식에 놀라고 전사자가 있었다는 보도에 가슴 아파하면서도 저녁에 있을 월드컵 경기에 더 관심을 기울였고, 터키와의 3·4위전에서 한국 팀의 패배를 더 아쉬워했다. 이 영화는 그 날의 기억을 되살려 주는 영화이다.

연평 해전에서 실종자로 처리된 한 상국 중사는 인양된 참수리 호의 선내에서 조타실의 키를 놓지 않은 채 발견되었다. 병원에 후송된 의무병 박 동혁 병장은 몸에 100여 발의 총탄과 파편 자국이 있었다. 그는 전투 당시 총탄이 날아다니는 함정 속을 오가며 부상당한 동료들을 치료하던 중 그 같은 부상을 입은 것이다. 국군 병원에서 84일 간 투병하다가 끝내 회생하지 못하고 전사하였다.

교전이 끝나고 부상당한 병사가 병원에서 투병 생활을 하는 시간에도 TV에서는 2002 월드컵 경기 장면을 계속 방영하면서 월드컵의 영광을 되새겨주었다. 시청자들은 같은 경기를 보고 또 보며 월드컵 4강의 신화에 감격하고 있었다. 그 때 연평 해전을 화제에 올리는 이는 그리 많은 것 같지 않았다. 당시 우리는 그러하였다.

영화 ‘연평 해전’은 역사 속에 파묻혀 있던 연평 해전을 우리시대에 끄집어내어 놓았다.



역사 속의 연평 해전이 우리 시대에 걸어 나오다

전쟁 영화는 전투 장면과 전쟁에 참전한 군인, 그리고 그 가족 이야기로 구성된다. 전쟁은 인간을 극한 상황으로 몰고 간다. 그 속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모습은 천태만상이다. 죽음의 공포를 극복한 용기, 전우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희생,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도망가는 비겁한 모습 등이다. 전쟁터에 나간 군인에게는 가족이 있고 그 가족의 이야기는 전쟁 영화에서 중요한 소재가 된다.

영화 ‘연평 해전’은 전쟁 영화가 갖추는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 실제 교전 시간과 일치시킨 전투 장면, 동료를 위해 조타실 키를 놓지 않고 죽음을 맞이한 하사관,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고 전우를 지키기 위해 총탄 속에서 뛰어다닌 병사, 그리고 전사한 군인들의 가족이야기가 그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영화가 작가와 감독의 상상력이 일부 보태어졌지만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라는 점이다.

한 달 전 ‘연평 해전’을 관람했을 때 영화가 끝나도 자리를 뜨지 않고, 엔딩 크레디트에 나오는 생존 군인의 이야기와 크라우드 펀딩한 소액 투자자의 명단 7,000명 명단을 끝까지 보는 관람객도 있었다. 이는 관람객들이 연평 해전 당시 그들과 함께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전사자를 기억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관람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이제 한국 사회도 국가를 위해 희생한 인물에 대한 예우를 제대로 했으면 한다. 연평 해전 전사자들이 아직도 전사자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드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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