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경기칼럼]인성교육과 인성교육진흥법의 방향

 

사회가 불안정하고 교육정책의 혼란이 가중될수록 많은 사람들이 인성교육을 제기한다. 학교폭력과 왕따, 묻지마 폭력, 보복운전, 가정폭력, 군대총기사건, 층간소음 등으로 인한 충동적 살인 등이 그것이다. 이런 사건의 공통점은 사건의 대상자가 인성검사에서 정서적, 심리적인 불안정이나 인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청년우울증, 자살률이 높은 한국에서 인성교육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인성교육이란 한 사람이 갖고 있는 생각, 감정, 행동을 더 좋은 가치로 향상시키는 것을 말한다. 작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인성교육진흥법이 7월 21일부터 시행된다. 인성교육을 의무로 명시한 세계 최초의 법이며 여야가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법이니 만큼 시민들의 기대와 관심도 크다. 그러나 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중에서 ‘평가’에 관심이 집중되는 점이다. ‘평가’와 ‘반영’ 없이는 어떤 정책도 힘을 얻지 못하고 슬그머니 사라져 버리는 우리 교육의 현실 때문이기도 하지만, 인성교육마저 평가지표를 만들고 대입과 취업에 반영해야 하는 현실은 씁쓸한 맛을 지울 수 없다. 당장 교육부는 올해 교대와 사범대를 중심으로 신입생 선발에 인성평가를 반영하고 현 고등학교 2학년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2017학년도부터 인성평가를 본격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학교에서 별도의 인성교육을 받은 경험이 없는 학생들에게 평가부터 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무엇을 어떻게 평가할지 가이드라인조차 없으니 수험생들은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런 상황에서 단기 주입식으로 인성평가에 대비한다는 사교육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또 한 가지는 인성교육의 내용부분이다. 인성교육진흥법 제2조에는 인성교육의 목적과 핵심 가치·덕목이 정의되어 있다. 그에 따르면 인성교육은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고 타인·공동체·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이며 핵심 가치·덕목으로 ‘예, 효,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을 나열했다. 그러나 문제는 인성의 범위를 매우 협소하게 정의하여 도덕교육으로 축소시키고 있지 않은가 하는 점이다. 인성교육은 도덕교육의 하위 항목이 아니다. 인성교육법까지 만들어 인성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그동안 지식교육 위주로 흘러온 우리의 교육 현실에서 전인교육이라는 교육 본래의 가치를 회복하겠다는 선언인 것이다. 따라서 인성교육은 도덕성과 사회성 교육을 넘어 지·덕·체, 지·정·의를 모두 포괄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자기존중, 개방성과 의사결정능력을 포함하는 지혜, 공정과 인권존중을 포함하는 정의, 타문화이해와 세계시민의식을 포함하는 시민성 등의 덕목들이 인성교육진흥법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은 인성교육의 큰 축으로 자원봉사가 있다. 소그룹에서 지역사회, 국가, 국제기구을 통해서 많은 봉사를 하고 있는 데 특이한 것은 부모들의 자원봉사 장려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부모들이 일생생활이나 직장에서 자원해서 봉사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자녀들은 아름다운 봉사정신을 배움은 물론이고 부모를 더욱 신뢰하고 존경하게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봉사정신을 통해 인격교육, 인성교육, 가치교육이 올바르게 형성되고 훌륭한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남의 아픔에 공감하는 동정심이 있어야 한다는 미국사회의 믿음이 있기에 자원봉사는 생활 속에 뿌리박혀 있다. 미국의 인성교육은 부모, 학교, 커뮤니티가 함께 협력하여 자원봉사와 스포츠 등 가장 미국적인 방식으로 실천되며 미국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토대가 되고 있다. 이제 인성교육진흥법은 현실로 다가왔다. 적용 과정의 혼란과 왜곡을 막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우리 사회에 필요한 가치가 무엇이고 이를 위해 학교에 무엇을 지원할 것인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충분히 합의해 수정, 보완해 나가야 한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