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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IN]선한 갑질이 판치는 사회를 만들자

 

최근 세 살 난 아이 엄마가 건물에서 몸을 던졌다. 그녀는 해고된 KTX여승무원이었다. 그녀의 안타까운 선택을 보며 법과 정의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냐고, 공평하냐고 묻고 싶다. 대법원은 “열차객실 팀장과 여승무원은 별도의 업무를 하고 있다”며 “승무원 팀장은 안전과 관련된 일을 하지만 여승무원은 안전과 관련한 업무를 하고 있지 않다”라고 판시했다. 과연 정의로운 판결인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전국철도노조 KTX 승무지부 K지부장은 “법은 절대 약자의 편이 아니었다. 우리 승무원들은 마치 씹다 버려진 껌이 된 기분이다”라며 절규했다. 그들의 외침은 마치 우리 사회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보다는 갑질을 정당화하며, 갑질 천국시대의 시민증을 부여한 것만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또한 서울의 한 공립고등학교 성추행 사건 소식은 충격 그 자체였다. 전형적인 갑을관계의 단면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성추행 가해자들은 교내 요직을 차지한 사람들이고, 피해자들은 대부분 20대의 초임 또는 기간제 교사들 그리고 여학생들이었다. 교내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학교는 제 식구 감추기에만 급급했다. 이러한 교육환경을 앞으로 어떻게 믿고 아이들을 학교에 맡길 수 있을까. 또한 피해자들이 받았을 정신적인 고통을 생각하면 할수록 안타깝기만 하다. 학교가 아이들의 트라우마 인큐베이터인가 묻고 싶다.

특히, 사회복지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가장 안전하게 보호 받아야 할 원아들이 보육시설 내에서 보육교사로부터 지속적인 학대를 당했다는 소식이 끊이질 않는다. 또한 사회복지시설에서 사회복지사와 클라이언트에 대한 인권침해 등 알게 모르게 반복적으로 터져 나오는 갑의 횡포에 우리 사회는 충격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 있다. 이러한 소식들을 접하면서 “과연 그럴 수가”, “설마?”라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일들이 있었을 것이라고 충분히 예견했을지도, 그리고 알면서도 방관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문제가 터지고 나서야 남을 탓하고, 비난하지만 과연 우리가 그들을 향해 비난할 수 있을까? 우리는 갑질의 부당함을 알면서도 나의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나의 이익에 반해서 외면하고 침묵했다면, 우리는 방조 내지 공범이 아닐 수 없다.

갑질의 전횡과 폭력을 단절할 방법은 없을까? 우리 사회가 고속으로 발전하면서 음지에서 함께 자란 갑질의 검은 곰팡이는 어느 특정인, 특정 집단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이러한 문제 해결의 열쇠는 바로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더불어 함께’라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존중과 배려를 실천하고, 생활화 하는 나눔정신이 문화로 정착될 때에 갑질의 횡포는 과거의 유물이 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영원한 갑은 없다. 누구에게나 음지가 있듯 또한 양지의 그날이 있기 때문이다. 갑질의 횡포에 우리의 침묵과 방임은 데스노트 한 줄을 함께 쓰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살고 싶어 한다. 풍요한 삶은 개인과 가정을 넘어 지역사회로 이어져야한다. 이웃사촌의 행복한 삶을 위해 나눔을 실천할 때 더 이상 우리 사회에 갑질은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아프다. 갑질의 희생양인 피해자들의 외침은 조직의 배신자란 주홍글씨로 낙인 찍혀있다. 밟혀 아프다고 외치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고 있다. 사회시스템과 지도자들이 솔선수범하지 않는 한 ‘더불어 살자’, ‘나누는 삶’은 공수표에 불과할 뿐이다.

지금까지 나만을 위한 삶에서 잠시 나의 이기적 마음을 내려놓아 보자. 비로소 다른 세상이 보일 것이다. 즉, 사람이 보인다. 힘없는 아이들이 보이도, 장애인이 보이며, 노약자가 보인다. 가난으로 고통받는 이웃이 보인다. 그들에게 다가서보자. 그리고 손을 내밀어 보자. ‘말’이 아닌 나의 문제로 인식하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영원한 갑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이제 우리 사회가 더불어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존경 받는 ‘선한 갑’들로 인해 희망의 선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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